남편 초등학교 친구.
유방암으로 엊그제 돌아가셨다.
나도 작년에 뵌 적이 있다.
본인도 유방암이 의심되었지만 3년 동안 병원을 찾지 않았다.
병에 직면했을 때의 두려움, 생활고...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병이 아주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에 오셨다.
최근 몸이 많이 쇠약해져서 요양원에 계셨다는데
친구들을 보고 싶어한다는 말에
남편이 초등학교 친구들과 여러 차례 문병을 다녀왔다.
그리고 지난 주말, 한 친구와 같이 문병을 갔을 때
자신은 뭐 특별히 할 말도 없는 데다가
환자 상태가 너무 나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정신도 혼미해보여서 그저 옆에 있어주기만 했다는데
같이 간 친구는 성경책을 꺼내 읽고 찬송을 해주고 기도도 해주고 하더란다.
그리고 그렇게 친구 둘의 방문을 받고
친구분은 바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의식은 흐려져도 귀는 열려있어
그렇게 마지막 가는 길에 친구의 기도와 성경말씀을 듣고 돌아가실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이동 침대에 누운 채로 검사를 가는 환자가 있다.
환자를 이송하는 한분과 다른 두분의 이송반 직원이 함께 있다.
이들의 대화는 내가 듣기에도 목소리 톤이 너무 높다.
몸이 아파 누워있는 환자는 얼굴을 찡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다들 서있는 엘리베이터에 누워있는 거 사실 매우 어색하다.
환자가 되어 몸이 아프면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환자를 위해
직원들은 가능하면 사적인 대화는 삼가하고 조용히 검사실로 이동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환자에게 항암제를 주는 레지던트.
내가 혈관으로 새지 않게 조심하라고 몇번 따끔하게 야단을 쳤더니
항암제 주사 주는 일이 부담이 되었나 보다.
환자 앞에서 항암제를 주면서
간호사랑 그런 내 얘기를 했나 보다. 부담스럽다며...
본인은 천천히 주는게 안전하다고 생각해
가능한 천천히 주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러다가 자꾸 전화가 오니까 주사를 주면서 전화도 받고 했나보다.
환자는 화가 났다.
환자 앞에서 굳이 할 필요없는 얘기를 해서 환자를 불안하게 하고
다른 전화를 받으니 신경을 집중하지 않은 것으로 느겼을 것이다.
레지던트 교육을 다시 해야겠다.
태도가 특별히 나쁘거나 일을 대충 하는 레지던트는 아닌데도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구나...
나의 과거도 깨끗치많은 않다. 나도 예전에 1년차때는 이랬을지도 모른다. 1년차때는 당장 내가 해결할 일 만이 눈앞에 들어온다. 나머지는 상관없다. 환자도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고 뭔가를 수행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느껴졌다. 나도 솔직히 그랬던 것 같다.
오늘 저녁은 레지던트와 함께 먹으면서
바쁜 우리의 일상에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문제들을
혼내지 말고
대화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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