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가 살려준 나의 블로그
이 블로그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자기 마음 속에만 담아두면 좋을 얘기를 굳이 블로그에 올려
누군가에게 괜히 꼬투리잡힐 일 만들수 있다는 엄마의 말씀이 맞았다.
100명이 내 글을 읽는다면 95명이 나의 생각에 동의해 준다 하더라도
내 글을 읽고 심기가 불편한 5명은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 엄마 비판의 요지였다.
그러나
병원에서 환자를 보던 시절
나는 환자 한명 한명을 진료할 때마다
환자의 병 이면에 존재하는 그 사람의 삶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소한 듯 그의 한두마디를 통해,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을 통해,
나는 삶을, 세상을 상상하고 배울 수 있었다.
환자와의 만남은 내 존재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외래를 마치고 나면
내 가슴은 뭔가를 말하고 싶은 욕구로 터질 것만 같았다.
매일 새벽 1-2시까지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때는 내가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글을 쓰지 않고는 베길수가 없었다.
그 시간을 Season 1 으로 묶어 일단락 지었다.
나는 바로 Season 2 로 전환하지는 못한 것 같다. Season 1 이 남긴 후유증이 컸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 맘으로 나온 병원이지만 왠지 서글픈 듯한 내 존재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짧은 삶의 단상, 웃긴 이야기 등을 페이스북에 남기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 무엇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드디어 마음이 좀 단단해 진걸까?
마침 슬기가 내 블로그를 깨끗하게 단장해 주었다.
다 말라버린 것 같은 내 마음 한 구석이 조금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루종일 저기압이었는데
슬기가 나에게 힘을 주었다.
아마도 예전에 환자들이 나에게 주었던 삶의 감동과 교훈을 다시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벽 1-2시가 되어도 글을 쓰고 싶었던 그만큼의 열정은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남아있는 인생은 구멍은 가지고 가기로 한다.
구멍이 있어도
메우고 사는게 인생이다.
이제는 Season 2를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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