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영양제라고 다 좋은게 아닐 수도 있다

슬기엄마 2013. 7. 4. 00:19

 

2013 JCO BR adj Taxane ALC.pdf

 

아세틸 카르니틴 (Acetyl-L-Carnitine) 이라는 약이

유방암 수술 후 투여하는 탁솔/탁소텔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3상 임상연구 결과가 이번달 JCO에 발표되었다. (첨부파일 참조)

 

탁솔/탁소텔은 신경병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항암 약물이다.

약을 중단하면 증상은 대부분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투여 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신경손상에 의한 증상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암은 완치가 되었는데 정작 삶의 질은 나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술 전후 4-6회 정도 제한되게 약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이런 부작용이 심각한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는 독성을 견디는 한에서 가능한 오래 쓰는 것이 약물 투여의 원칙이다 보니

환자들의 불편감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환자를 보는 의사의 마음도 안타깝고 고통스럽다.

 

 

이제까지 알려진 신경병증의 치료법은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외 뉴론틴이나 리리카, 에트라빌이나 아편계 진통제의 병용요법 등이 증상완화를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막상 그 효과는 별로 좋지 않다.

아직까지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3상 임상연구 결과가 없다.

몇몇 약물로 대규모 임상연구를 시도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상태이다.

 

씨스플라틴이라는 항암제는 약물을 중단하여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발저림이나 통증의 정도를 확인하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탁솔/탁소텔을 투여하면서 암 치료는 잘 되고 있는데 

이런 독성이 심해지면

어쩔 수 없이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이 약을 투여받는 환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호소하는 독성이 신경병증이기 때문에

종양내과 의사로서 아주 심각하고도 골치아픈 부작용으로 손꼽을만 하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아세틸 카르니틴이라는 약물은 체내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전구물질로 작용하여 아세틸 콜린의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신경전달을 원할하게 하고 신경세포기능을 개선시키는 신경보호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신경세포에 대한 일종의 영양제처럼 인식되어 치매 등의 퇴행성 질환에서 사용되고 있고 장기간 복용하여도 이 약의 심각한 독성은 별로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번 JCO에 실린 연구결과는 주목할만하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약물을 같이 복용하게 함으로써 탁솔/탁소텔 투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신경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면, 더 장기간 약물을 투여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유방암 수술 후 탁솔/탁소텔을 투여받아야 하는 환자 409명을 대상으로 1:1로 나누어 항암 치료가 진행되는 24주간 동안, 한 그룹에서는 아세틸 카르니틴을 하루 3000mg 복용하고, 다른 한 그룹에서는 위약을 복용하게 하였다.  환자가 보고하는 형식의 질문지를 이용하여 투여 12주쨰, 그리고 24주째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신경병증의 증상을 체크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투여 12주째 두 집단 간에 통증 점수는 아세틸 카르니틴 투여군이 위약군에 비해 0.9점 점수가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P=0.17) 놀랍게도 24주째는 실험약 투약군이 위약군에 비해 통증점수가 1.8점 높았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P=0.01)

 

실험약을 투여한 그룹에서 5점 이상 큰 폭으로 통증 점수가 감소한 환자의 비율이 보다 높기는 했으나 Grade 3-4 의 심각한 독성을 호소한 환자가 위약군에 비해 실험약 투여 그룹에서 높게 나타났다.

 

즉 아세틸 카르니틴을 투여한 그룹에서 12주째 측정한 신경병증의 차이는 위약군과 비교해 차이가 없는데 비해 24주째에는 오히려 독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이번 임상연구는 기대한 것처럼 신경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실패하였다.

신경세포에 영양을 보충하는 것이 항암제로 인한 신경병증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된 셈이다. 저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영양제들을 사용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다.

 

 

매일 외래에서 환자와 나누는 주된 대화 중의 하나는

무엇을 먹으면 좋으냐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항암제 투여기간 동안 영양공급을 충분히, 골고루 하지 못하니

종합비타민이나 비타민 C 약제를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 장려하는 편이었다.

 

셀레니움, 오메가3, 프로폴리스, 비타민 B1(thiamine 티아민) 등의 영양제들을 가지고 암예방, 혹은 암재발억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입증하고자 했던 수많은 3상 임상연구는 아직까지 일관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상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구는 도움이 된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기도 하고, 어떤 연구는 심지어 해가 된다고 보고하기도 한다. 몇년에 걸쳐 한번씩 나오는 연구결과가 일관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물으면 특정 물질/영양제가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환자들의 반복되는 질문에 나는 어느 정도 지친 것 같기도 하다.  

나쁘지 않을 것 같으니 드시라는 대답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모르는 일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주위 아는 사람들이 몸에 좋다며 선물해 주었다며

수많은 영양보조제에 대해 질문하시지만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알고보면

의사들은 의례히 부정적인 대답을 하며 못 먹게 할 거라는 생각에, 나에게 묻지 않고 약을 드시는 분들이 훨씬 많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환자들은 어찌보면 순진하기도 하고 의사말을 잘 듣고 싶어하는 착한 환자이기도 하다. 혹은 의사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받아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싶은 소박한 마음이 있기도 할 것이다. 그 심정을 왜 모르겠는가.

 

임상영양학(clincial nutrition) 이라는 분야는

매우 중요한 학문인데

정작 의사들은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

 

내가 예전에 블로그에 쓴 글 중에

가끔 반칙도 하고, 몸에 안 좋은 거라도 그냥 먹고 싶으면 좀 먹으며 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의사선생님은 의사로서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하신 적이 있었다.

나의 요지는

너무 타이트하게 음식을 조절하며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평생에 걸쳐 중요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좋은 식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되

그것 자체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조금씩 먹고 살되

꾸준히 조절하며 사는게 더 좋다는 취지였지만  

의사의 한마디는 환자에게 결정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발언에 주의를 해야 한다는 취지셨던것 같다.

백만번 동의.

 

나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잘 모르면서 무조건 먹지 말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년에 한두명은

항암치료를 하는 기간 동안

몸에 좋다는 뭔가를 먹고 마시다가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져 응급실에 실려와

급성 간부전, 급성 신부전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다.

아마도 어떤 물질을 해독하는 유전자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리라.

그런 사람들이 병은 다 좋아졌는데 꼭 필요하지도 않은 뭔가를 영양에, 면역력에 도움이 되라고 복용하다가 몸 상태가 나빠지고 심지어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기 때문에 의사들은 입증되지 않은 뭔가를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을 만류한다.

 

환자들이 질문하는 여러 민간요법, 약제와 약초들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 둔다.

여전히 나는 애매한 대답을 한다.

외래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나의 입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블로그에 글을 올려 본다.

 

병동에서 fulminant hepatitis 로 매일 빌리루빈이 오르며 고생하는 환자의 간이

좋아지길 기원하며...

지치고 힘든 간에는

휴식만이 약이다.

황달 때문에 환자가 아무리 힘들어 해도

그냥 기다리는 것만이 정답이다. 뭘 더 해줄 수가 없다.

이 위기의 시간을 환자가 견디지 못하면 위험한 고비가 올 수도 있다.

 

이렇게 애가 타니

외래에서는 홧김에 말해 버린다.

 

그런거 드시지 마세요!

제 심정을 좀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