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2009 내가 쓴 책

수현 7. 방사선 치료

슬기엄마 2011. 2. 27. 10:55

수술효과를 공고히


수술 후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거나, 수술이 잘 되었어도 원발 유방암 자체가 재발의 가능성이 높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우 국소 재발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수술을 하게 되면 유방의 병변도 제거하지만 의심되는 림프절도 함께 제거하게 되는데, 이때 4개 이상의 림프절에서 종양세포가 관찰되었을 때, 혹은 원발 종양의 크기가 5cm이상일 때  유방과 주변 근육까지 모두 제거하는 전절제술을 하지 않고 부분절제술을 했을 때에는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국소 재발율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되어, 방사선 치료의 기준이 되는지 여부를 판정하여 시행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낮은 병기의 환자들은 방사선치료 없이 수술 후 항암치료나 항호르몬치료를 하는 것만으로 치료 일정이 종결될 수도 있다.

방사선은 방사선이 조사된 부위를 중심으로 하는 국소적 치료라서 일종의 수술처럼 방사선이 포함된 부위만을 치료하는 효과를 갖는다. 원발 병소가 있었던 유방과 림프절 전이가 있었던 부위를 포함하여 25-33회에 걸쳐 매일 방사선치료를 하게 된다. 매일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게 되지만 실재 방사선 치료를 하는 시간 자체는 5-10분 정도로 매우 짧다. 단지 그 몇 분을 위해 환자들이매일  병원에 와야하는 번거러움이 있지만, 운동삼아 사회복귀 훈련을 하시는 거라 생각하고 다니시라고 말씀드린다.

그렇지만 나도 내심으로는 일주일에 한번만 와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한번에 투사되는 방사선의 용량을 올리면 자주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되는거 아닐까? 투여 간격과 투여 횟수를 조정하면 환자에게 좀더 편리한 치료방법을 제공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해본다. 하루에 2번 방사선 치료를 나눠서 할 경우 총 방사선 용량도 줄이고 치료기간도 줄이면서도 치료 효과는 비슷하다는 연구도 있지만, 우리 나라는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대도시 큰병원 몇 군데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 앞에 방을 따로 얻지 않는 이상 하루 2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다닐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통상적인 한 회당 투여하는 200-300Gy보다 더 고용량으로 800Gy씩 일주일에 한번 해보는 연구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방사선이라는 무기도 그 속성은 같지만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고, 얼마만의 간격과 얼마만의 세기로 투여할 것인가에 따라 치료 성적이 달라진다는 논문이 많은 걸 보면 방사선의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그저 표준적으로 가장 효과가 입증된 방법으로 우리 환자들을 치료해 주십사고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부작용이 피부 변화이다. 화상을 입을 것처럼 피부가 벌게지고 물집이 잡히거나 부으면서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수술 부위의 상처가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상처가 덧나는 것처럼 진물이 다시 나기도 한다. 매일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피부 부작용이 심하면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복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 자체를 일정 기간 동안 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방사선 치료를 받은 지 1달 후부터 대개는 수개월 내에 방사선 폐렴이라는 것도 생길 수 있다. 방사선이 조사되는 핵심 부위는 유방암을 제거한 쪽의 가슴과 겨드랑이 쪽의 림프절 부위이지만, 방사선이 실재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조사 부위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여 폐 실질도 방사선의 영향을 받아 폐렴이 유발되기도 한다. 열이 나거나 가래가 끓는 것이 아닌데 마른 기침이 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에 와야 한다. 빨리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청진을 하여 전형적인 세균성 폐렴과 감별하는 게 필요하다. 만약 방사선폐렴으로 진단이 된다면 일정 기간 동안 스테로이드라는 약을 복용하면 대개는 호전될 수 있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고 고생하는 환자들도 더러 있다.

 

대개의 환자들은 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 크게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항암치료를 받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방사선 치료가 훨씬 더 힘들다고 한다. 환자마다 치료 독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걸 미리 알 방도는 없으니 치료하고 당해보면서 터득하는 수밖에 없겠다.; 방사선 치료도 일종의 항암치료인만큼 몸에서는 아직 치료과정이 진행중인 셈이다. 쉽게 피로해지고, 소화기능도 완전히 정상화되지는 않는다. 약간의 메슥거림이 남아있고, 아직 머리카락도 새로 나지 않는다.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즈음이면 환자들이 대략의 암 치료 과정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지고 자기의 치료과정도 종결되어간다는 기대 때문인지, 자기 관리를 잘 하며 치료를 견디는 것 같다.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후에 시행하는 방사선 치료는 그야말로 치료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지만, 실재로 암환자의 치료에 기여하는 방사선의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전이성 암 환자는 누구라도 뼈 전이의 가능성이 있는데, 척추와 같이 우리 몸의 무게가 실려 부담을 많이 받는 쪽에 전이가 되면 통증도 심할 뿐더러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골절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소적인 통증과 골절이 예상되는 뼈에 방사선 치료를 하면 통증도 조절되고 골절 예방효과를 갖는다. 오로지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치료가 되는 암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방사선이 조사되는 부위에 국한하여 치료가 되기 때문에 타겟으로 했던 병변은 크기도 줄고 증상을 유발했던 부위의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그 동안 다른 쪽의 병이 나빠져는 것을 막을 수 없어 항암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사선 치료의 일종으로 사이버나이프나 토모테라피 등도 선보이고 있으며 방사선은 아니지만 중성자치료도 암환자의 치료에 도입되고 있다. 첨단의 고가 장비를 이용한 치료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바씨고 신기술이 적용된 좋은 기계이니 만큼 기존 치료에 비해 이득이 있는 것은 확실하겠지만 비용 효과 면에서 약간의 이득을 향상시키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신기술을 이용한 치료에 대한 각종 임상연구의 결과가 누적되어야 결국 보험으로 적용되는 환자군도 생기고 치료의 혜택이 넓혀질 수 있기 때문에 방사선을 치료의 무기로 다루는 의사들이 도전해야 하는 연구 영역이라는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정말 득을 볼 수 있는 환자군이 제한되어 있다는 면에서 환자가 원하고 선호한다고 하여 시도해보는 그런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는 의사가 먼저 권유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