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간 병원을 비우고
영국 런던에 연구자 미팅에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글도 못 쓰고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세계적인 임상연구가 시작될 때는 이렇게 연구자 미팅을 해서 임상연구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요즘
한국은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여러 임상연구를 집약적이고 효과적으로 잘 수행하는 국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약을 개발한 다국적 제약회사에서는
가능한 한국을 포함하여 임상연구를 진행하기위해 여러 한국의 의사들을 불러모아 이렇게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실재로 성공적인 대규모 임상연구에 우리나라 병원의 참여율과 환자 등록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 병원도 그런 병원 중의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외국에서 진행되는 연구자 미팅을 다녀올 때면
왔다갔다 비행기 타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소모되고
시차적응도 힘들고
그 시간동안 병원을 비워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입원 환자를 두고 가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또 한번 나갔다 오면
일이 엄청나게 밀리기 때문에 여간 부담이 되는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국적으로 진행되는 임상연구미팅에 참여하는 것은
새로운 약이 환자에게 제공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유방암은 신약이 빠른 속도로, 많이 개발되는 영역에 속합니다.
모든 환자가 다 그 혜택을 보는 건 아닙니다.
또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경험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득을 얻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표준 치료로 잘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임상연구는
흔히 알려진 유방암 치료약제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입니다.
Pegilated irinotecan 입니다.
irinotecan 이라는 약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방암 환자에게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약인데다가
이 약제의 효과와 안정성을 높이는 형태로 개발한 약이라서
도전해 볼만한 약입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효과가 입증된 아드리아마이신, 탁센, 젤로다 등으로 치료했으나 병이 진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약의 반감기가 길어서 오래 사용할 경우 설사나 백혈구 감소증이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잘 살펴보면서 치료를 진행해야 겠지요.
우리 병원은 현재 6명이 등록되어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약으로 진행하는 임상연구에 참여하게 되면
효과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환자가 고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훨씬 면밀히 부작용을 관리하게 됩니다.
그만큼 환자의 안전에 만전을 기합니다.
유리병원 유방암 환자들은 이런 임상연구에 대한 인식이 높은 것 같습니다.
임상연구를 제안하면
질문도 잘 하시고
참여 여부를 본인 스스로가 잘 결정하는 편입니다.
다른 병원에서 임상연구를 제안받고 저에게 2차적인 의견을 물으러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판단하여 적절한 치료법이라고 생각되면 그 병원에서 임상연구로 치료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제 설명을 듣고 안심하며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는 분들도 꽤 많으십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저를 믿고 제가 추천하니까 하시는 환자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의사의 윤리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늘 노력하겠습니다.
암 치료는
원래부터 정답으로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여러 차례의 임상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정답을 향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미국 유수의 암센터에서는 암환자의 60-70% 정도가 임상연구로 치료를 받습니다. 임상연구로 치료받는 환자가 어느 정도 되는가가 우수한 암센터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병원은 아직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개별 연구자의 욕심을 충족시키는 연구가 아니라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부작용없는 약제를 이용한 임상연구를 유치하고 계획하는 것
그것이 종양내과 의사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고 능력도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되려고 합니다.
제가 병원에 없던 지난 4일동안,
서운해 하지 않고
무사히 잘 지내주신 환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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