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와

슬기엄마 2012. 7. 7. 06:00

 

작년에는 휴가를 못 썼는데 올해는 이번주 휴가를 썼습니다.

병원을 떠나

한주간 잘 쉬었습니다.

재충전이 무엇인지

나를 돌아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손에서 한줌 모래가 세어나갈까봐 전전긍긍, 경직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손을 움켜쥔다고 빠져나가는 모래를 주어담을 수는 없습니다.

다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 왔습니다.

 

병원을 떠나있었지만

매일 전공의와 연구간호사들이 메일을 보내 환자들의 상황을 보고해 주었습니다.

내가 직접 진료하지 않고 보고를 받는 것은 한계가 많습니다.

그 사이에 상태가 안좋아진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가볍지많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던거라고 자위해봅니다.

 

이번 휴가 기간에 제가 얻었던 소득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중

Cancer: The emporor of all maladies  라는 책을 읽은 것도 중요한 성과중의 하나입니다.

암이라는 질병에 대한 의학사적인 접근입니다.

암을 진단하고 치료제를 개발했던 근 백년간의 역사에 관한 놀라운 기술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영감과 에너지를 주는 시간이 됩니다.

 

두 손을 움켜쥐고 내 손에서 모래알이 세어나가는 것에 전전 긍긍하지 않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잠시 이 도시와 사람을 떠나

산에서 나무를 보며 걷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두번째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나는 환자 한명 한명,

그 삶의 맥락에서 암이라는 엄청난 질병을 만나

일상을 투쟁하며 극복하고자 애쓰는 우리 환자들을 위해

나는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것 이외에 성가신 현실들은

모두 버립니다.

언제나 현실은 완벽하지 않고 나를 위해 좋은 조건만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을 하나 정하면

나머지는 그냥 소소한 것들이 됩니다.

그 소소한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는데

이제 좀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것, 그것 하나를 위해 재정비합니다.

저는 좋은 종양내과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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