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이패드 중고노트북 기증받아요! 기부해주세요!

슬기엄마 2012. 4. 5. 17:24

아이패드 중고노트북 기증받습니다

 

 

50대 중반의 여자 환자.

갑작스러운 사지 마비로 입원하였다. 척추를 누르는 종양이 커지면서 갑자기 하지의 감각, 운동기능이 상실되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미 방사선 치료를 한 곳인데 종양이 더 커졌나보다.

그녀는 원래 자신을 예쁘게 단장하길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화려하게 꾸미는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예쁘게 단장하는 것. 첫눈에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도 자신의 흐뜨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보다 어린 딸이 항상 엄마 옆을 지키고 있다. 평생 엄마가 자신을 돌봐주었는데, 갑자기 한 순간에 딸이 엄마를 돌봐줘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딸은 쉬지 않고 엄마의 몸을 마사지해준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시간에 한번씩 자세 변동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교육했더니 시계처럼 정확히 엄마 몸의 방향을 바꾸고 위치를 변동시켜주고 있다.

환자는 갑작스러운 마비 증상으로 심리적인 충격이 컸다. 그 굳어버린 마음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 그녀가 흘린 눈물은 얼마만큼일까? 그녀는 오늘 세례를 받았다.

우리 호스피스 팀에서는 우리 병원 자원봉사자 중에 헤어 디자이너를 찾았고 마침 한 분이 다음주 화요일 월차를 내서 우리 병원에 와주시기로 했다. 그녀만을 위한 헤어샾을 열고 최고급 염색약으로 그녀를 예쁘게 단장해주기로 했다.

원래 영화를 좋아하는 그녀. 원래 딸과 함께 영화도 잘 보러다니고,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저런 세평을 하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그녀가 부러진 화살을 보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노트북과 DVD를 구해 그녀만을 위한 영화상영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녀는 부러진 화살을 보고, 머리 염색을 한 후 지방에 있는 본인의 집으로 퇴원할 예정이다.

 

그녀를 위한 호스피스 팀원들의 활동을 함께 하다보니, 가벼운 아이패드나 노트북으로 환자를 위한 영화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 전체적으로 환자를 위한 영화상영이 있지만 우리 환자들은 다들 기운이 없고 거동에 불편함이 많아 그런 행사를 쫒아 다니기가 쉽지 않다. 호스피스 환자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침상에 누워 지내기 십상이다. 내가 닥달해서 하루 세번 병동 산책을 종용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시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 그런 분들을 위해 DVD 등을 구입해서 영화 장르별로 맞춤형 영화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 환자 교육용 파워포인트도 같이 구비해서 환자를 위한, 가족을 위한 유용한 교육 수단이 될 것 같다. 병원에서 하루종일 누워있는 환자들은 사실 좀 심심하다.

 

 

아이패드 1에서 3로 갈아타실 계획을 갖고 있는 분들.

쓸모를 잃어가고 있는 중고 노트북이 있는 분들.

그런 분들이 우리 호스피스 환자를 위해 기증을 해 주시면 정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아 홍보성 소식과 메일을 보내보기로 결심했다. ‘당신의 기증과 기부가 얼마나 유용할 수 있는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구구절절한 마음으로 호소해 보려고 이 벌건 (대낮보다는) 오후에 몰래 맥주 한캔을 까 먹었는데 아이디어와 멋진 문장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오마이갓.

 

이런 어리숙함이라도 동참해 주실 분이 있다면

 

이수현

010-9948-0263, 02-2228-8127

02-2228-6630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호스피스실 허윤정 간호사)

socmed@yuhs.ac

120-752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50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4층 호스피스실

 

로 연락주셔서 기증해 주실 것을 당부드릴 따름이다.

 

퀵 서비스로 보내만 주신다면 수신자 착불로 비용도 지불할 것이니 비록 이 글이 심금을 울려지는 못했더라도 중고 노트북, 유행에 뒤떨어져 갈아타고 싶었던 아이패드, 갤럭시탭을 보내주시기만 한다면 최소한 올한해, 그만큼 좋은 일 있으실 거라고 기도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