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병원 밖에서 보호자를 만나다

슬기엄마 2012. 3. 22. 23:48


환자는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임종을 기다리고 있다.
먹으면 자꾸 토하고
소변양이 줄면서 온몸이 퉁퉁 붓고 있다.
무슨 검사를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또 검사를 해도 환자의 증상 완화를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해 줄 수 있는 대책이 거의 없다.
의사로서
힘들어 하는 환자를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 정말 힘들다.
그러나 그 마음이 가족만 할까?
아직 의식이 맑은 환자.
진통제를 더 올리거나 밤에 수면제를 쓰는 문제에 대해서는 완강히 거절하고 있다.

환자보다 더 초췌해진 남편.
남편분이 더 지쳐보여요. 부인에게 멋진 모습 보여주셔야죠!
밤에 연대 캠퍼스 쪽에 있는 남편을 우연히 만났다. 아침에 내가 한 말 탓인지 면도를 하셨다.
회진 때 내가 환자에게 우울한 말 할까봐 남편은 옆에서 전전긍긍하신다.
먹으면 자꾸 토하니까 하루이틀 금식해보자고 했더니
환자는 '평생 굶어야 하나요?' 힘없이 질문한다.
'그러니까 자기가 힘내. 잘 견뎌야지.' 그렇게 중간에 내 말을 자른다.

나를 본 남편이 먼저 아는 척 한다.
나도 가운을 입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이 더 편하다.

죄송해요. 환자분께 아무런 도움을 못 드리고 있네요.

선생님 마음 알아요.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겠죠.
오늘 큰 딸이 병원에 왔어요. 둘째는 아직 너무 어려서 복잡하기만 할 것 같아 안데리고 왔어요.
아내가 딸아이를 보니 너무 좋아하네요.

호스피스 병원으로 전원이 어려울지 몰라요. 컨디션이 않좋으셔서 이동하는게 위험할지도 모르겠어요. 임종 때까지 우리 병원에 계시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환자와 가족 맘 편한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두운 가로등 불빛 너머로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선생님, 사실 아내도 다 알고 있어요. 기운 나는 말 좀 해주세요.

네...

그게 뭐가 그리 어려운 말이라고 나는 이렇게 인색하게 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