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그를 처음 만들 때부터 누군가가 지적했었다.
의사가 쓰는 병이야기, 환자이야기라면
결국 그 이야기의 대상이 되는 환자가 있다는 소리인데,
정작 그 대상이 자신을 소재로 글 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나에게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거냐고 물었었다.
아~~~ 복잡한 문제, 그런거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냥 솔직하게 쓰면 되지 뭐. 내 수준은 그정도.
외래진료를 하면서
환자들의 외모, 몸짓, 선택하는 단어
그런 한 찰나와 같은 순간에 나는 뭔가의 이야기거리를 엮어낸다.
그 이야기는 그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몇번 두고두고 생각해보고
산에 오를 때
밥을 먹을 때
그럴 때 몇번 곱씹어 생각해본다. 그 찰나는 어떤 의미로 엮여지는 것일까?
원칙대로 하면
그렇게 이야기가 구성되면,
그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이런 이야기를 글로 쓸 텐데요, 사실 그 이야기는 환자분 이야기에요. 써도 될까요?
이렇게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그렇게 하시라고, 선선히 허락할 사람은 없을 지도 모르겠다.
무슨 이야기를 쓰셨는데요?
제가 미리 보면 안될까요?
별로 내키지는 않는데요... 이정도 반응이 나올 것 같다.
그 이야기에 특별히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나쁜 이야기가 아니어도 꺼려할 수 있다.
뭐 좋은 일 났다고 내 얘기를 남에게 공개하고 싶겠는가...
그러고보니, 나는 단 한번도 미리 양해를 구하고 이야기를 올린 적이 없다.
환자 이야기를 쓸 때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 잘 모르게 정보를 감추고 쓰는 편이다.
그런데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도 나도 모르게 특정 정보들이 노출되는 경우도 있나보다. 검색이 가능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원치 않은 누군가가 그 특정 대상을 찾아낼 수 있는 정도면 개인생활 보호관련하여 문제가 되나 보다.
그런 것까지 신경쓰면서 글을 쓰면 글 쓸 맛이 떨어지는데...
나는 그냥 수다 떨듯이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평소에 소통하지 못한 부분을 서로가 잘 이해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쓰는 측면이 있지만
이런 소박함 만으로는 정보화 시대, 개인정보의 프라이버시 라는 중요한 항목을 위반하기 쉬운가보다.
에이, 글 쓸 맛 떨어지네...
글 쓰는게 낙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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