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전이성유방암을 진단받고
6번 항암치료를 했다.
항암제 반응은 좋았으나
독성이 심해서 6번까지만 항암치료를 하고 중단하였다.
그리고 좀 쉬다가 사진을 찍었더니 약간 나빠지는 것 같아서 호르몬제를 복용하셨다.
2년동안 호르몬약 하나로 병이 진행되지 않고 안정적이었는데 또 조금 나빠졌다.
호르몬제를 바꿔서 드셨다.또 그렇게 2년이 지났다.
환자는 항호르몬제 만으로 4년을 잘 버티셨다.
환자는 호르몬제를 드시다가 작년말부터 병원에 안 오셨다.
오늘 남편분이 외래에 오셨다. 지금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다시 오고 싶다고.
간략하게 상태를 여쭤보니 많이 않좋은 것 같았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입원장을 드렸다.
오후에 환자가 입원하자마자 체크한 산소포화도가 88%다. 산소공급은 마스크로 10 리터이상.
인공삽관의 기준에 해당한다.
외부에서 찍어온 CT를 보니 폐와 간으로 병이 진행되고 왼쪽 늑막에는 물이 3 리터 이상 고여있다. 유방은 괴사되서 상처가 매우 심각하다. 흉관을 넣었는데, 별로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아마 오랫동안 서서히 물이 차고 환자는 거기에 적응해있고 늑막의 물은 맑은 물이 아니라 오래되서 유착된 상태인것 같다.
이 환자는 호르몬 양성, 병의 진행이 천천히 되는 타입이다. 항암제 쓰면 좋아지다가 또 조금 나빠지다가 다시 치료하면 또 좋아지고... 그렇게 다소는 지지부진하지만 오래 살 수 있는 환자이고, 항암제도 한가지 용법밖에 안썼다. 유방암에 최고 효과가 좋다는 아드리아마이신도 아직 안쓴 상태다.
이 환자를 인공삽관하고 중환자실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교과서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이런 상태의 환자에게 항암치료를 하면 안된다.
항암치료란 환자의 컨디션이 좋아야, 걸어다니고 밥 잘 먹고 해야 할 수 있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항암치료를 하기로 했다.
가족들과 상의했다.
우리는 도전하기로 했다.
오늘 인공삽관안하면 48시간 이내에 호흡부전으로 돌아가실 것 같다.
가슴 배 근육까지 이용해서 안간힘을 다해 호흡하고 기관지에서는 가래가 걸걸거린다. 산소포화도는 88-90%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난 다시 한번 기도할 수 밖에 없다. 오 하느님....
가족과 이런 상황을 다 논의하고 결정한 후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왜 이제사 오셨어요? 조금만 더 빨리 오시지 그랬어요.
부인이 세브란스병원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와서 치료받고도 싶은 마음, 다시는 오기 싫은 마음.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평균 예후를 훌쩍 넘겨 5년째 살고 있으니
충분히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치료 안하고 싶은 마음과
치료해서 숨찬것도 좋아지고 가족들과 더 좋은 시간을 가지고도 싶은 마음이 다 있으신 것이다.
아직 의식이 맑은 환자에게는
간략하게 설명했다.
중환자실가서 인공삽관을 한 상태에서 항암치료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은 더 말하지 않았다.
환자도 너무 힘드니까 시키는대로 하겠다고 한다.
이런 환자와 가족들에게 DNR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난 꼭 좋아질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과학적으로.
그렇지만 과학과 의학의 힘만으로 환자가 좋아질 수는 없을 것 같다.
나의 빈약한 기도를 쪼금이라도 더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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