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년전부터 오른쪽 유방에서 뭔가 만져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환자는 직감적으로 이건 좋지 않은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병원에 오지 않았다.
남편에게도 아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당뇨 고혈압 그리고 최근의 뇌졸중까지
이미 왼쪽 팔다리는 운동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였다.
그래도 환자는 전동차를 구입해서 집안생활, 살림을 해 왔다.
동네 가까운 곳도 다니며 가볍게 장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3년동안 오른쪽 유방의 상처는 점점 커지고 진물도 많이 나고
오른쪽 팔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지내셨다고 한다.
(아니, 그래 그렇게 몸을 감출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너무 힘들고 기운이 없어 집에서 꼼짝없이 누워있는데
남편이 부인을 부축하다가 유방 상처를 보고는 깜짝 놀라 병원에 데리고 왔다.
부인은 끝까지 오지 않으려고 했다 한다.
처음부터 유방암인줄 알았어요.
그냥 치료안받고 죽을려고 했죠.
이렇게 나빠지면서도 오래 살줄은 몰랐어요.
지금도 별로 아프지는 않아요.
식사도 3시 세때 잘 먹어요.
왼쪽은 원래 못쓰는 쪽이구요, 오른쪽으로 다 할 수 있어요.
그동안 혼자 많이 울어서
더이상 흘릴 눈물도 없을 줄 알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나왔는데
날 보고 눈물이 다시 나니 신기하다고 하며 씁쓸한 웃음을 보이신다.
쉽게 죽지 않아요.
우리 맘대로 죽고 살수 있으면 좋게요.
치료 안해도
힘들게 오래 사는 수가 있어요.
이왕 사는거 힘들지 않게 삽시다.
방사선 치료부터 해서 유방 상처를 낫게 하구요
나머지 항암치료나 호르몬 치료는 조직검사 결과 나오는거 보고 상의드릴께요.
사실 환자의 나이나 전이상태를 보면 항암치료를 견디시지 못할 것 같다.
조직검사 결과가 늦게 나오길 바라고 있다. 그때부터 고민을 시작할려고.
일단 방사선치료를 해서 팔 붓기도 가라앉았으면 좋겠고 상처 진물도 말랐으면 좋겠다.
우리 환자분의 70평생이 슬픔으로 종결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이 좋아져서
조금이라도 몸이 편하고 마음도 안정되셨으면 좋겠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
3층 집에서 매일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방사선치료를 받으러 다니시기 어려울 것 같다.
당분간 상처가 좋아지는 걸 볼 때까지 입원해 계시도록 해야겠다.
병 때문에 몸과 마음이 무너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번 치료가 몸도 회복하고 마음도 회복되는 치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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