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오늘처럼 비오는 장마의 시작날엔...

슬기엄마 2011. 6. 25. 18:22

영국의 저널 British Medical Journal 온라인 4 8일자에 평소 음주 습관과 암 발생율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이 연구는 식습관과 암의 발생에 관한 자료를 장기적으로 모으는 연구의 일환으로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유럽 8개국에서 36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코호트로 모았고 장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하여 2008년에 암이 발생한 현황을 보고하였다.
예를 들면 소화기암이 발생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여러 원인 중 알코올이 기여하는 부분은 남자의 경우 44%, 여자의 경우 25%, 간암이 발생하는 데에는 남자는 33%, 여자는 18% 이런 식으로 보고하였다. 유방암에서 알코올이 차지하는 기여위험도는 5%로 보고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음주 습관이 양호한 편이더라도 암이 발생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남자는 하루 2잔의 알코올 (28g), 여자는 하루 1잔의 알코올 (12g)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였다. 그리고 매일 마시는 것은 삼가하라고 한다. 가벼운 알코올이 심장병 등의 혈관 질환에 유리한 면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에 대해, 전체적인 효과를 따진다면 결국 알코올은 건강에 해롭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난 그래도 오늘처럼 추적추적 비오는 장마의 초입에 술 한잔 하려고 한다.
오랫만에 하루 종일 학회에서 연수강좌를 들었더니 머리도 지치고 몸도 피곤하다.
비오는 신촌길을 걸어 부타김치 한접시와 맥주 한잔 정도는 해야
나도 주중의 긴장과 갈등이 좀 풀리지 않을까?

엊그제 외래에 온 환자.
4기 유방암을 진단받았지만, 항암치료 네주기 만에 병이 아주아주 많이 좋아지셨다. 올레~~
환자는 한달 정도 병가를 내고 치료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계시고, 아무도 자기가 항암제를 맞으며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직장 회식에 가서 맥주 한잔 정도는 안되겠냐며 질문하신다.
자기는 원래 회식에 가서 맥주를 잘 마셨는데, 갑자기 안 마시면 뭔가 동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심정을 너무너무너무 이해하지만, 의사로서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안됩니다."
그리고 난!
오늘 한잔 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