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진료시간이 지연되지 않아 여유가 생기면
대개의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각종 치료 부작용들을 잘 이겨내고 있는 환자들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하고 계신가요?"
항호르몬제를 먹으면 꼭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손발이 뻣뻣해지고 굳어지는 느낌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어떤 환자는 햇살좋은 오전에 햇빛을 쬐면 좋아진다나...
햇빛을 보면서 손발을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하면 훨씬 몸이 부드러워서 자기는 햇빛 치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햇빛치료?
말이 되는 얘긴가 싶어서 논문을 찾아본다.
왠걸! 햇빛을 받으면 pineal gland에서 melatonin이 활성화되고 이 멜라토닌이 호르몬 작용경로를 조절하며 free-radical의 형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치료의 독성을 예방할 수 있다는 논문이 있는 것이 아닌가...
먹는 항암제 젤로다를 먹으면 손발이 트고 손톱 사이가 벌어지면서 보기도 않좋고 통증도 심하다.
특히 손톱 사이가 벌어지면서 염증이 심해지면 손이 벌겋게 되면서 진물/냄새가 나서 항생제를 먹어야 할 정도가 되기도 한다. 나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가 섞인 연고나 로션을 처방하지만 이미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약을 바르면 효과가 그저 그렇다. (피부과 선생님들의 지혜를 빌면 더 나은 약이 있을텐데... 대학병원의 현실상 항암치료로 지친 환자들이 타과 협진을 보기 위해 또 예약을 하고 대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대략은 해결을 해줘야 한다)
예쁘게 매니큐어를 바르고 오신 환자분. 손끝은 부르터 있지만 피부관리도 잘 되어 있다. 자기는 정기적으로 nail shop에 가서 손톱을 다듬는데, 오일도 많이 발라주고 마사지도 받으니까 부드럽고 좋다고 한다. 섬세한 손길로 nail care 를 받으니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고 한다. 오호! 네일샾이 비싸긴 해도 염증으로 열나고 고생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다.
내가 꿈꾸는 천사 (1004) 프로젝트도 한 환자가 얘기해 준 것이다.
자기는 미용사인데, 기회가 되면 병원에서 입원중인 환자들을 위해 미용기술로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른바 능력기부. 자기처럼 암 환자로 치료받고 고생했지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잘 살아가는 선배 환자들을 보면 지금 치료 중에 힘든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냐고, 그런 의지를 불어넣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 환자였던 이들이, 혹은 지금도 환자이지만, 또 다른 환자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며 치료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 나에게 영감과 꿈을 주었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야매'와 문제해결을 위한 '족보'들이 많이 돌아다지고 있겠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환자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는 것도 많다.
한때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데는 닭발을 구워먹으면 좋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었는데, 그때 환자들, 닭발 잡수시는 분들 엄청 많았다. 수많은 건강보조식품들이 이런 유행을 만들어서 돈을 벌려는 상술을 펼치고 있겠지.
환자의 질문에
일언지하에 No 라며 무색을 주는 것보다는
돈 별로 안들고
해롭지 않고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보조요법들을 찾아주는 것이
종양내과 의사의 또 하나의 역할일 것 같다.
지혜를 건네는 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의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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