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가고시문제에서
답이 너무 쉽지만 그래도 자주 출제되는 문제.
"다음 중 병원 내 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그럴 듯한 보기가 아무리 많아도
"의료인의 손"이 정답.
의료인의 손에 의해 수많은 감염원들이 손쉽게 전파된다.
회진을 돌면서 이 환자 저 환자 만지고 진찰하고 그때마다 손을 씻지 않으면 안된다.
드레싱을 담당하는 인턴의 근무텀이 바뀌면
특정 시기에 특정 감염률이 급증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한 방에서 몇일 사이에 환자들이 열이 나고 비슷한 균주가 발견되면
그건 백발백중 의료인의 손이다.
몇년 전에 우리병원에서 모든 인턴들의 손에서 균 배양검사를 했더니
엄청나게 독성이 강한 균들이
우리 손에서 살고 있다는 사진이 공개되어
우리 스스로 큰 충격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내가 보기엔 간호사에 비해 의사가 손을 덜 열심히 씻는 것 같다.
요즘 병원들은
원내 감염관리가 철저해져서 예전에 비해 손씻기가 훨씬 적극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우리 병원도 손을 잘 씻는 의료진으로 선정되면
가운에 붙일 수 있는 황금손 뱃지를 준다.
나도 그 뱃지가 갖고 싶은 마음에 손을 더 열심히 씻는다. (아직까지 난 추천받지 못하고 있다 ㅜㅜ)
그런데
간혹 환자를 진찰한 후
환자 바로 앞에서 핸드워시액으로 손을 닦으면
환자가 기분 나빠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내 몸이 더럽기 때문에 손을 씻는건가' 이런 심정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사 앞에서 환자들은 기분나쁜 내색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말없이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예전에 내가 의사가 아닐 때
의사의 언행 하나하나를 예민하게 해석하고 비판했던 적이 있었는데
막상 내가 의사가 되고 보니
그런 시선을 잊어버렸나 보다.
환자의 몸이 더럽기 때문에 손을 씻는 것이 아니라
접촉 그 자체가 가장 손쉬운 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의사가 환자와 환자를 연결하는 병균 벡터가 될수도 있다.
환자에게 손을 대면 바로 손을 씻는 것이 지금의 원칙이다.
그러므로
환자분들, 저의 손씻기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진찰 후 곧바로 닦는 것이 여러 차원에서 가장 좋다고 합니다. 그만큼 손씻기가 여러 감염질환에서 중요한 예방적 조치가 된다고 합니다. 감염이 발생 후 치료하는 것에 비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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