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인턴일기 22

허약한 시스템과 과잉 적응된 개인

허약한 시스템과 과잉 적응된 개인 소위 ‘의사’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이 직업적 윤리에 적합하다(매우 식상한 발언이다). 그러나 한 달 남짓한 병원생활을 겪으며, 여러 과에서 인턴 업무의 중심축이 환자 care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기보다는 의사들 사이의 왜곡된 권위의식과 의국 내 질서의 유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예를 들면 환자에게 왜 수술이 필요한지, 수술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예후와 예상되는 합병증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더 나아가 환자의 직업과 가족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논의되는 시간보다는, 과 내에서 입퇴원 장부를 작성하기 위해 인턴부터 레지던트 4년차까지 밤을..

나는 어떤 경우에 달리는가

나는 자꾸 irritable하게 움직이는 환자를 원망하며 한 손으로는 환자의 두 손과 배를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환자의 턱을 붙잡고 있었다. 오늘따라 CT찍는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납옷을 입어서인지 몸이 축축 늘어지는 것 같아 힘들다. 누워있는 환자를 내 몸으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 채 CT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끝나는 기색이 없어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컴컴하게 어둠에 쌓인 방. 분위기가 이상해서 나는 누워있는 환자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내 몸무게에 짓눌린 채 괴로워하는 환자는 바로 내 남편. 아마 나는 가위에 눌려 꿈속에서도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나보다. 의사가 되어 처음 근무한 신경외과에서의 한 달간 인턴생활, 그 사이에 내 몸에 각인(e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