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에서 항암치료를 하거나 검사를 할 때
의료진은 이런 저런 설명을 환자에게 하지만
정작 환자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의료진의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혹은 들어도 까먹기 쉽고
중요한 설명인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기도 하고
그러기가 쉽다.
외래에 설명간호사가 있지만
집에 가서 뭔가를 물어보고 싶고
관련 정보를 확인해야 할 때도 있다.
또 주치의에게 직접 확인해야하는 정보도 있다.
그래서 환자들은 유방암 클리닉 외래로 전화를 자주 하나 보다.
정작 전화를 하면 안내방송이 나오고 통화대기 상태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나나 배간호사랑 연결이 안되서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외래를 보면서
'문제가 생기면 외래로 전화하세요'
그렇게 간단하게 말 하지만
정작 환자들은 의료진과 잘 연결되지 않아 답답해 한다.
상태가 위태위태한 환자들에게는 내 개인 핸드폰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있지만
당황스러운 전화를 몇번 받은 다음부터는 예전처럼 선뜻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과 자신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어떤 끈을 가지고 싶어 한다.
24시간 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의 상태를 잘 아는 누군가에게 SOS를 청하면 답신이 해줄 수 있는 그 누군가를 갖고 싶어한다.
가끔 진료실 밖으로 외래 접수창구에서 분주히 일하는 우리 간호사들을 본다.
진료를 보는 방으로도 전화가 오고
외래 접수창구로도 전화가 온다.
접수창구에는 항상 환자들이 줄 지어 서 있고
자신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은 뭔가 설명을 요구하거나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할 말이 많다.
그 와중에 간호사들은 친절하게 질문에 응해야 하고 안내도 해야 하고 전화도 받아야 하고 자기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인력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화받으면 거기에 손발이 묶이니까 일도 제대로 안되고 환자들에게도 친절히 하기 힘들고...
요즘 환자들 한번만 말실수하면 적정진료실에 민원넣고...
조직의 일이라는게
뭐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과 돈이 문제다.
그렇게 빠듯하게 일하는 사람에게
'태도가 문제다, 마음가짐이 문제다, 좀더 환자에게 정성을 다해라' 그렇게 요구할 수 없는것 같다.
또 '인력을 지원해 달라, 각종 자원들을 확보해달라' 는 식으로 병원에 요구할 수 만도 없는 것 같다.
의료가 일종의 서비스가 되어 가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소비자 주권의식은 급속히 신장되고
건강보험의 급여율은 날로 타이트해져 간다.
보험정책은 쉽게 변하지 않고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이해관계의 산물로 점철되고
국민의 혜택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와 제한된 의료자원 및 비용의 보상이라는 것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과제이다. 국민 살림은 어려운데 의료비용을 더 지불하라는 요구도 지금은 실현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므로
결론은?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는 것.
그것뿐이 없다.
내일은 종일 외래. 외래준비나 잘 하고 환자 잘 봐야지.
힘들어하는 간호사, 밥이나 사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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