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녀의 해피콜

슬기엄마 2012. 11. 26. 20:16

 

 

그녀는

일을 하다가

짬이 나면

그동안 일하면서 메모해 둔 환자 정보를 점검하면서

해피콜을 한다.

주로 환자에게.

그리고 가끔 나에게.

 

차트를 보다가 환자가 응급실을 다녀간게 확인되면

이제 괜찮으신지,

추가 외래 진료를 볼 필요는 없는지 상황을 점검해 준다.

조직검사를 하고 간 환자에게는 검사 후 합병증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여쭤본다.

내 진료를 보다가 울고 간 환자, 기분이 언잖아했던 환자들에게도

다시 한번 전화하여 이제 괜찮으신지 안부를 챙긴다.

 

내가 메일로 문의했던 사항은

진행된 상황, 알아본 결과를 정리해서 메일로 보고해 준다.

우리 환자가 다른 과에서 추가 검사를 한게 발견되면 나에게도 미리 알려준다.

알고 계시라고. 진료볼 때 참고하시라고.

 

외래 일정에 변경이 생겼을 때,

내가 외래 준비를 하면서 환자는 모르고있는 추가 처방을 낼 때가 있는데 그런 새로운 검사 처방이 날 때, 

검사 결과가 애매해서 다른 검사를 추가로 더 해야 할 때,

그녀는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안내해준다.

외래 시간에 해결이 안된 문제가 그 시간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려준다.

검사 시간을 못 잡고 돌아간 환자에게

자기가 검사시간을 푸쉬해서 잡아주고 그걸 전화로 안내해준다.

그건 그냥 전화가 아니라

정말 해피콜이다.

내가 환자라도 너무 고마울 것 같다.

 

그녀의 전화와 메시지는

우리 병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단체 발송 문자가 아니라,

의례적인 감사의 안부 인사메시지가 아니라,

환자 한명 한명 상황을 점검하고

거기에 맞는 의학적 지원을 하는 너무너무 훌륭한 메디컬 서포트이다.

단지 서비스라고 말하기에는 훨씬 격조가 높다.

난 그녀의 해피콜을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돌봄이다.

환자를 마음으로 돌보는 행위이다.

 

외래의 타이트한 환경과 시간 제약 속에서

동시에 다수의 환자를 상대하면서

까탈스러운 환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그녀는 절대 환자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의사 앞에서는 별 말 없다가

진료실 밖으로 나가서는 간호사들에게 큰 소리치고 뭐라뭐라 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들은 아파서 그런거잖아요.

아프니까 이것저것 짜증나는 거잖아요.

저희가 그걸 이해해야지 누가 그걸 이해하겠어요.

전 환자가 화내도 그런 것쯤은 괜찮아요. 그런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내가 우리병원에서 만난 보배 중의 보배이다.

결혼을 해도 어떤 마누라가 이만큼 할 수 있을까?

 

내일은 그녀와 치맥하는 날, 그녀와 브라보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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