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Family meeting

슬기엄마 2012. 10. 26. 20:28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기로 한 분입니다.

작년에 신장암으로 수술을 하였고

간내 담석이 있어서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큰 고비를 여러번 넘기셔서 그런지

항암치료를 설명하는데도 환자 표정이 담담하십니다.

 

남편

환자의 언니

시집간 딸

그리고 그녀의 돍을 갓 넘긴것 같은 아들

늦둥이 중학생 아들

환자와 함께 모두 모였습니다.

 

내가 설명을 하는 내내

갓난쟁이가 까르륵 까르륵 계속 크게 웃어대는 바람에 

나는 설명하는 내 목소리를 더 높여야 했습니다.

딸은 아이를 얼르고 달래며 내 주위를 왔다갔다 하면서 설명을 듣습니다.

미안하다면서 자기가 놓친 부분의 설명을 다시 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블로그에 들어와서 정보를 얻고 질문을 하는 건 중학생 아들이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번 큰 수술에 마음 졸인 남편은

항암치료가 잘 되도 수술을 꼭 해야 하는거냐며 근심을 나타냅니다.

언니는 비교적 예후가 좋은 프로파일을 보인다는 말에 그제서야 큰 숨을 내쉽니다.

환자를 위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미팅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암을 처음으로 진단받거나 재발을 진단받게 될 경우

가능하면 진단 초반에 가족 미팅을 합니다.

가족이 다 모일 수 있는 저녁시간이든 주말이든

한번은 다 모이도록 합니다.

그래서 주치의로서 병의 경과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부분, 치료에 관한 의견 등을 말씀드리고 가족들의 질문을 받습니다.

가족들이 바라는 것, 가족들의 입장을 한 자리에서 듣는게 필요합니다.

보호자를 따로 따로 만나면

같은 설명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지만,

보호자마다 입장이 달라 의사를 만날 때마다 각각 다른 요구를 하게 되면 주치의로서 난감합니다.

 

가족의 경제적인 형편은 어떤지

가족간의 기본적인 유대관계나 정서적 지지의 토대는 어떤지

지금 하는 치료에 대한 환자 및 가족의 입장은 어떤지

환자가 가족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 가족이 환자에게 기대하는 바 혹은 환자가 가족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환자는 스스로의 병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치료받고자 하는지

그런 사항들을 최소한 한번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제가 family meeting 을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환자 보고 진료하는 낮시간 내에 가족을 다 불러모으는 것이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낮에 자기 회사 일정 뚝 짤라먹고 병원에 올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그들의 스케줄에 맞추어야 합니다. 

과외로 환자보는 일을 자꾸 하는 것이 나의 정신력과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면 많은 가족들이 참석할 수 있는 시간을 골라 family meeting 을 합니다. 그것이 앞으로의 환자 치료 여정에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진료하는 암이라는 병은

한 순간에 끝나는 병이 아니라

어떤 궤적(trajectory)을 가지고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매 시간마다 평가가 동반됙는 어렵다 하더라도

최초 진단, 최초 재발시에는 가족 미팅이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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