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머리도 훈련하면 좋아질까요?

슬기엄마 2012. 10. 16. 13:34

 

 

케모 브레인(chemo brai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단기/장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그리고 무슨 생각이나 말을 할려고 하는데 술술 잘 안 풀리는 느낌이 나는 것 혹은 느려지는 것 그런 반응입니다.

 

이번 Breast Cancer and Research Treatment 10월호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방암 치료 후 뇌기능 활성화를 돕는 연구가 소개 되었습니다.

 

Advanced cognitive training for breast cancer survivors :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Diane Von Ah et al

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2012) 135:799-809.

 

이 연구는 보기 드물게 유방암 장기 생존자를 대상으로 하여

치료 후 남아있는 신경학적 손상을 prospective randomized control trial 로 계획하여 스터디를 하였네요. 이런 연구하기 힘들고 또 관심도 높지 않은 영역인데 현실적으로 의미있는 시도를 한 것 같습니다.

미국 인디아나 대학에서 수행한 연구이고

2009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2년간 유방암 생존자를 모집하였습니다.

이들은 평균 치료를 마친지 5년 이상 된 생존자들이었습니다.

 

모집 대상은

수술 후 재발하지 않은 유방암 환자였고

항암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현재 신경/정신과적인 불편감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항암치료 후 인지 장애 및 인지기능 저하에 대해 우려를 하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중 연구의 참여 조건을 따져 총 82명의 환자가 세개 군으로 나누어 연구에 참여하였습니다.

연구 참여전, 트레이닝 훈련 직후, 2개월 후 세번에 걸쳐 같은 신경학적 검사 및 설문조사를 반복하여 결과를 비교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세 군을 배치한 것이 마음에 드네요.

통상적인 임상연구는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표준치료 (경과관찰) 대 실험적 개입 (뭔가 치료를 해 준 그룹)으로 나누어 임상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윤리적인 갈등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오는데,

이 연구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한 그룹에서는 메모리에 관한 트레이닝을,

또 한 그룹에서는 사고과정의 속도에 관한 트레이닝을 통해 강화 훈련을 하였고

세번째 그룹은 웨이팅 그룹으로 연구기간 동안에는 검사 및 설문조사만 시행하다가 1차 연구가 끝난 후 인지기능 향상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그런니까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세번째 웨이팅 그룹이 실험 집단에 대한 준거 집단이 되어 트레이닝을 받은 두 집단의 각종 점수 차이를 비교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좋은 발상인 것 같습니다.

 

연구의 일차목적이었던

 

기억력 훈련에 대한 결과는

 

메모리 트레이닝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단기기억 및 장기기억 모두 우수한 효과를 보였고 훈련 직후에는 두 집단간 차이가 명확하지 않았으나 2개월 후에는  단기기억력의 차이가 38% vs 18%, 장기기억력의 차이가 42% vs 11%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사고과정의 속도에 대한 훈련을 하니 훈련을 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에 68% vs 43%로 사고과정의 속도 향상에 차이를 보였습니다. 2달 후에 그 차이는 67% vs 61%로 완화되기는 하였습니다.  또한 이런 사고과정의 속도에 대한 트레이닝은 훈련 직후 시행한 단기기억력 테스트, 2달 후 장기 기억력 테스트에서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되었습니다. 

사고과정의 속도에 대한 트레이닝이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여러 차원의 비교에서 동일하게 효과적인 것으로 비교되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연구의 이차목적이었던 여러 지표들을 비교해보니

 

메모리 트레이닝은 스스로 인식하는 인지기능이나 신체적 증상에 대한 스트레스, 정신건강 스케일 등에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되었고 사고과정의 속도 트레이닝역시 여러 조사 지표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그 중 특히 정신건강 스케일을 향상시키는 정도가 뛰어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본 검사 과정에 대해 전체적인 만족도도 높고, 검사 및 설문에 응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며 연구 참여 시간도 적절하였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설문지가 많아 보였는데, 아마 자기가 관심이 있고 치료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만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한번 이 테스트를 받으러 올 때마다 25달러씩 교통비를 제공했으니 환자로서는 손해볼게 없는 셈입니다. 인텐티브가 있어야 연구 중 중도탈락율이 감소하는 거죠)

 

메모리 트레이닝과 사고과정의 속도 트레이닝 전후로

여러 가지 신경기능과 환자의 삶의 질, 스트레스 등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도구들이 사용되었는데 그 도구들이 얼마나 적절하였는지는 제가 잘 모르지만 

 

전체적인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러한 컴퓨터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이용한 인지기능 훈련은 우리 뇌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사고과정의 속도를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이 우리의 메모리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인지기능의 향상은 무드의 변화나 불안과 피곤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수 있습니다. 

 

 

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외래에서 말합니다.

 

선생님, 제가 좀 멍청해진 것 같아요. 자꾸 깜빡깜빡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럼 저는

 

저도 그래요.

너무 걱정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거에요.

 

그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환자가 속상할까봐 그냥 얼머무린 측면도 있습니다.

 

그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손상받은 우리의 뇌는 가만히 놔둔다고 그냥 저절로 좋아지는 건 아닌가 봅니다.

 

이 연구는 그렇게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진행된 실험적, 탐색적 연구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실재 이 프로그램이 어떤건지 궁금해 지네요.

 

그리고 우리 형편에서 못해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경과와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우리 환자를 위해, 그리고 생존자들을 위해

의사가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능력과 노력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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