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에 걸린 프랑스 정신과 의사가 20년만에 재발한 뇌종양과 투병하며 쓴 책입니다.
31세에 뇌종양을 진단받고 완치된 후
그는 인지신경학을 전공하는 정신과 의사로 살았습니다.
누가 이런 말을 했느냐에 따라 울림이 다르네요.
그는 의사 생활을 하는 동안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를 많이 만났는데 그때의 경험,
그리고 투병 중인 지금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잘 정리한 글입니다. (좀 놀랍습니다)
그의 서문에서
환자들과 교류하며 나는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적절한 순간은 없다는 걸 배웠다. 환자에게 충격을 주지 않는 조건에서 언제든지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끝이라는 느낌을 주어서도 안 되고, 얼버무려서도 안 된다. 죽음은 예측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회복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암처럼 심각한 질병을 앓는 환자들에게서 죽음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이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갖는 의미를 여러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것이 비로소 때가 왔을 때 가장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삶이란 죽음이라는 절정을 위한 긴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즉 새로운 희망이란 곧 성공적이며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죽음을 향하게 되어 있고, 삶은 죽음으로 끝나기에, 그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참 많다.
안녕을 고할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용서해야 할 사람을 용서하기, 용서 받아야 할 사람에게 용서받기, 메시지 남기기, 물건 정리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평온함과 교감을 가지고 이별하기, 세상을 떠남에 좌절하거나 슬퍼하기 전에 삶을 받아들이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아직 앞부분만 좀 읽었습니다.
환자를 위한 이야기 라기보다는
내 마음 속에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
나를 위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외래가 끝나면
자기가 죽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은 젊은 환자에게
지금 당면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제 마음이 순식간에 정리되겠습니까.
한순간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내가 좀더 현명한 언행을 할 줄 아는 의사가 되길,
한 인간으로서 나는 또 다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는게 좋은지 아는 사람이 되길
기도할 뿐입니다.
생의 마지막 시기에 와 있는 환자들을 매일 만나면서
나에게 죽음이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삶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정답은 없겠지만
이런 질문을 품고 가슴에 사는 동안은
겸허하게 생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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