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항암치료 중 고지혈증 관리

슬기엄마 2012. 5. 6. 22:04

항암치료 중 고지혈증 관리

 

고지혈증은 체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혈중에 많이 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개 살이 찌거나 대사증후군에 걸리면 고지혈증이 발견됩니다

(드물게는 아주 마른 사람이나 오래 굶은 사람에서도 보상성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고지혈증은 영어로 hyperlipidemia 입니다. 즉 혈중에 지질 성분이 많다는 것이죠.

혈중 지질 성분 중 우리가 가장 흔하게 체크하는 성분은 콜레스테롤입니다. 가끔 금식 상태에서 혈액 검사를 하여 중성지방, 그리고 LDL (Low density lipoprotein), HDL (High density lipoprotein) 이런 성분을 체크하는 정밀 검사를 해보기도 합니다. 고지혈증은 대사증후군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유발하는 위험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항암치료 중에는

먹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운운하며 걱정할 여가가 없습니다.

 

그런데 항암치료가 끝났을 때, 혹은 항암치료 휴지기에는

이런 혈중 지질 성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직접적으로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약을 적극적으로 써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치료 효과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기전은 아직까지 잘 입증되어 있지 않습니다.

연구 단계에서 여러 가지 가설로 대두되고 있는 수준입니다.

 

수만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연구에서, 어떠한 이유로든 스타틴을 먹는 그룹-대개 고지혈증이 있어서 먹었겠죠. 아니면 심장병, 대사증후군 그런 병이 있을 때 먹었을 거구요-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해보니 수년의 시간이 지난 후 암 발생율에 있어서 차이가 났다 그런 연구가 꽤 많이 보고되었습니다. 그런 연구의 원래 목적이 스타틴의 암 예방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연히 그런 결과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거죠.

 

그래서 실험실에서 암세포를 키워서 스타틴을 줘보니까 암세포가 죽더라, 쥐에 암세포를 찔러서 쥐에 종양을 생성시키고 그 쥐에 스타틴을 투여해보니까 종양이 없어지거나 작아지더라 그런 실험 연구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타틴의 원래 약물 작용이 콜레스테롤 레벨을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피검사를 해서 혈중 콜레스테롤 레벨이 높은 사람은 일단 심장병을 예방하고 고지혈증 치료를 위해 스타틴을 먹으면 됩니다. (암 때문이 아니라요)

스타틴을 먹으면 일부 환자에서 간수치가 오르거나 근육통이 생길 수 있고 최근 보고된 바에 의하면 인지장애가 동반된다는 새로운 약물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1년에 한명 볼까말까한 스티븐 존슨 증후군이 발생하면 목숨을 잃을 위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이나 대사증후군이 있는 환자들은 스타틴이 질환관련 생존율을 유의하게 향상시키기 때문에 부작용에 유의하며 복용하고 있습니다.

 

정작 스타틴이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항암제적 효과를 갖는가의 문제는

수많은 기초실험과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이 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고지혈증 환자에서 스타틴을 먹는 것은 고지혈증 치료제로 먹어야 하니까 먹는 거지, 고지혈증도 없는데 이 약을 굳이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사실 스타틴의 항 종양효과를 입증하는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런 실험 결과가 나오고 또 임상연구를 해 보고,

수많은 반복 연구와 실험이 거듭되면서 정식 학설로 인정이 되던지 반증이 되던지 하겠죠.

(고지혈증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항암제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 고지혈증이 없어도 먹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하간 아직 실행하기보다는 연구단계의 학설입니다.)

 

부작용이 아주 없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제가 처방하지 않고 내분비내과 선생님의 진료를 보고 드실 수 있게 협진을 의뢰드리는 편입니다. 관리하면서 경과관찰 하면서 먹어야 하는 약이니까요.

 

특히 유방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마치고 나면 70-80% 의 환자들이 고지혈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스타틴을 먹는게 필요합니다. 저는 조기유방암 환자들은 완치되어 병없이 살 환자들이기 때문에 고지혈증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드시지 않아도 됩니다. 혈중 지질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하여 필요한 기간만큼 복용하는게 좋습니다.

 

물론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열심히 운동하고 체중을 3-4kg만 줄여도 고지혈증이 많이 좋아집니다.

무조건적으로 약물 치료를 권하는 것은 아니니 전문가 선생님과 상의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귀찮아 하지 마세요.

 

존 그리샴이 쓴 책 중에 소송사냥꾼이라는 추리 소설이 있는데요,

그 소설을 끌고 가는 모티브가 되는 아이템이 바로 스타틴이라는 약입니다. 이 약제 부작용을 경험하는 환자를 찾아 대형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과정을 다룬 블랙 코메디 같은 책입니다. 전 이 책을 보면서 미국 변호사들이 얼마나 많은 소송을 유발하는 직업집단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스타틴에 의해 인지장애를 경험한 환자들의 사례가 이 책에 등장하는 소송 사례와 매우 흡사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치 이런 약물 복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뭔가 조금이라도 수치에 이상이 있으면 약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소위 건강과 질병의 의료화 (medicalization)를 추동하는 세력이 되는건 아닐까?

 

혈압약은 무조건 먹어야 합니다.

고지혈증도 심하면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너무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의 유용성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의 유연한 주장을 하는 것이니

너무 부담갖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