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항암치료 중 혈당 관리

슬기엄마 2012. 5. 5. 20:36

항암치료 중 혈당 관리

 

항암치료 중에는 사실 혈당 관리가 잘 안됩니다.

항구토제로 많이 쓰는 스테로이드가 혈당을 올립니다.

그럴 때는 먹는 당뇨약으로 조절이 잘 안되서 인슐린을 쓰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당뇨전 단계에 있었던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서 당뇨를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원래 당뇨가 없었는데 항암치료 때문에 당뇨가 생겼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마도 당뇨 전단계 상태에 있다가 당뇨로 진행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래서 부부싸움하고 나면 혈당이 300 이상에서 더 이상 안 떨어지는 경우도 있죠)

암을 진단받는다는 것, 항암치료를 한다는 것, 또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견뎌야 하는 것 이 모든 요인들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혈당이 올라가기 쉬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반복적으로 받는 환자 가운데

먹는 약으로 더 이상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인슐린으로 바꿔서 주사로 혈당을 조절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종양내과 의사들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가 지금 혈당이 문제인가, 병이 잘 낫는게 중요하지 그런 생각을 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혈당 조절에 신경을 덜 쓰게 됩니다. 환자에게도 이런 부분을 잘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혈당에 신경쓰는 환자가 있으면

지금 그런 것에 신경쓰지 말고

뭐가 되었든 열심히 잘 먹어야 한다고, 혈당이 오르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일단 드시라고 말합니다. 저도 그렇구요. 혈당이라는게 한두달 조절 안된다고 큰일 나는거 아니니까 일단 항암치료에 집중하자고 말이죠.

이왕이면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섭취에 좀더 신경쓰면 도움이 될거에요.

 

원칙적으로

혈당은 가능한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원칙을 지킬 수 있는 만큼 잘 지켜서 적정 범위 내에서 조절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암환자이면서도 장기 생존자가 점점 증가하고,

완치가 되더라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예전에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던 만성질환-당뇨, 고혈압 등-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당뇨는 잘 조절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오래 가면 당뇨병에 의한 망막증, 신장질환, 심장질환 등의 만성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평생 잘 관리해야 하는 질환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정기간 항암제를 맞는 분들, 즉 수술 전, 수술 후 정해진 기간 동안만 항암치료를 하면 되는 분들에게는 항암치료 기간 중에는 혈당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항암제 부작용 관리를 잘 하고 잘 먹고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치료가 끝나갈 무렵 내분비내과로 협진하여 혈당관리를 본격적으로 하실 수 있도록 설명을 드립니다. 이때는 필요하면 단기적으로 인슐린으로 전환하여 타이트하게 혈당을 조절하는게 유리한 환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당뇨 환자들에 대해서는

지금 병이 잘 조절되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는 분들이라면

혈당관리도 같이 주의를 기울여 진료합니다. 내분비내과 협진도 적극적으로 설명합니다. (대학병원에서 다른 과 진료 한번 더 보는게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 알지만, 그래도 필요하니까 설명을 드립니다)

병이 잘 조절되지 않고 있다면 일단 혈당조절은 뒤로 미뤄 놓습니다.

일단 암의 상태를 잘 컨트롤 하는게 우선이 되겠죠. 구토하면 많이 힘들어서 치료를 받고 싶지 않아집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도 적극적으로 쓰게 됩니다.

 

암 하나만 생각하며 치료하는 것도 힘든데

이것 저것 생각할게 많아지니 마음에 부담이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게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노력합시다.

그렇게 할 수 있는게 있다는게 소중한 때도 있습니다.

 

 

 

 

참조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환자분들께

 

인슐린을 주사로 맞으면 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췌장이 쉴 수 있습니다.

굳이 췌장이 일을 하지 않아도 외부에서 공급되는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닙니다인슐린 주사를 맞게 되면 환자들이 거부감도 많고 이대로 나는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당뇨환자가 되나보다 두려워 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항암치료 기간에는 어쩌면 혈당 조절이 용이로운 인슐린을 이용하여 드시고 싶은대로 드시고 그때그때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 혈당을 조절하여 자유롭게 음식을 드시면서 지내는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인슐린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저혈당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고 인슐린을 맞으면 안됩니다. 자신의 식생활과 인슐린 투여방법에 대해 교육을 잘 받는게 필요하겠습니다.

또 항암제 종류 중에는 백혈구 수치를 많이 떨어뜨리는 항암제가 있는데, 이런 항암제를 맞는 기간 중 일정 기간 동안 백혈구가 떨어져 있어서 주사를 맞는 곳에 쉽게 염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늘관리도 잘 하고 주사를 맞는 부위도 잘 소독하고 관찰하면서 인슐린 주사를 놔야 합니다.

필요한 기간 만큼 인슐린을 맞을 수도 있고

인슐린을 맞는 것이 몸에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나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라면 너무 거부감을 갖지 말고 잘 실천했으면 합니다.

교육도 잘 받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