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틀어져도 다시...

슬기엄마 2012. 3. 20. 22:28


공개방송에 가서 보니
가수들은 NG가 나면 똑같은 노래를 몇번씩 다시 부르고 있었다.
스탠딩에 서서 환호하는 관중이 지칠 지경이다. 
NG 싸인이 날 때 일단 표정이 굳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그래도 프로인 그들은 OK 싸인이 날때 까지 낯낯한 표정을 잃지 않고
마치 처음 부르는 사람처럼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자기 때문에 NG가 나서 시간 끌며 노래를 다시 부르게 되어도, 여러 사람들에게 미안해도
결국 그 상황의 해결은 노래를 잘 불러야 종결되는 것이므로 그들은 최선을 다해 다시 노래를 부르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 상황을 해결해야만 한다.


어떤 환자와는 자꾸 어긋난다.
그는 나의 말투조차 마음에 들지 않나보다.
나는 격의없이 서로를 잘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서 편하게 한 말인데 그게 그렇게 거슬렸었던 걸까?
내가 정보를 잘못 전달했거나 틀리게 말하는 부분이 있을 때,
지난번과 얘기가 달라진다고 느낄 때
그는 나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나보다.
급기야
그도
나도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받아들이셨다면 오해가 생긴것 같다고, 제대로 된 정보를 잘 전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이미 그와 나는 격앙된 상태. 그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진료방을 나갔다.

나에 대한 그의 묘사에 의하면
나는 아주 무책임하고 실력도 없으며 불성실한 의사로 그려진다.
최소한 그는 나에 대해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받아들였을 수 있겠다 싶다. 의사는 환자의 입장에서 항상 겸허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나의 경거망동, 가벼운 생각이 그에게는 상처가 되고 의사에 대한 신뢰를 깨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모든 환자와
모든 사람과
100% 잘 지낼 수는 없는거니까
그러려니 하자, 잊자, 다음에 잘 하자 그렇게 마음 먹지만

그렇게 그가 내 방을 나가고
다음에 들어온 환자
그리고 그 다음 환자를 보면서
나는 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굳어버렸다. 나의 이러한 태도는 다음 환자에게 피해가 간다.

자꾸 되돌이켜 생각해본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틀어지게 되었을까?
이 매듭을 풀고 처음부터 다시 줄을 곱게 엮을 수 있을까?

내가 프로라면
마치 처음인 것처럼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해결할 수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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