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시작부터 씩씩한 그대, 당신은 모범환자 4호.

슬기엄마 2011. 9. 2. 22:41

일단 유방암이라고 진단이 되면
유방을 샅샅이 뒤지고
그 다음으로 겨드랑이, 쇄골근처의 림프절로 전이가 되었는지를 초음파로 검사한다.
의심이 되면 주위 림프절에서도 조직검사를 한다.
림프절 음성이라고 판단되면, 유방에 대한 수술을 한다.

이중 일부 환자들은
수술 전 영상학적 병기는 아주 낮은 것이라 판단하고 수술했지만
막상 수술을 하고 보니 주위 림프절에서 악성세포가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면 병기가 올라간다.
겨드랑이 림프절이 양성(즉 악성세포가 발견되면)일 경우
유방암 치료제의 양대산맥-아드라이마이신과 탁센-을 모두 투여하는 것이 재발율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차례 입증되어 항암치료 횟수가 8회로 늘어난다.
수술이 잘못되서가 아니라
원래 이런 경우가 많다.
그래도 뭔가 처음에 정보가 잘못 입력된 환자는 이런 결과에 아주 볼멘 소리를 한다.
처음에는 0기라고 했다가, 검사해보더니 1기라고 하더니, 정작 수술하고 나서 3기라구요?
도대체 뭘 믿어야 하는거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원리를 다시 설명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한번 뒤틀어진 마음은 잘 돌아오지 않는다.

1기인줄 알고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재건술을 같이 받은 환자.
재건술을 받고 나서 수술 후 상처가 잘 낫지 않아 시간이 많이 지났다. 상처에서 균이 동정되어 항생제 치료도 오래 받았다.
겨드랑이 림프절에서 악성세포가 발견되어 항암치료를 8회 받아야 했다.
수술 직후 나를 만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상처 좋아지면 항암치료를 시작하자고 했는데
상처 부위 감염 때문에 항암치료 시작이 지체되었다.
예민할 법도 한데...
남편과 같이 온 환자는 의기충천이다.

머리는 언제 빠지나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왜요?
미리 머리도 깎으려구요.
미리 깎으실 필요는 없어요.
(배시시 웃으며) 가발도 미리 사 놨어요.
벌써요?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씩씩하게 치료 받으라구요.
제가 언제요?
블로그에서요.
블로그 들어와 보셨어요?
그럼요. 공부 많이 했어요.
도움이 되던가요?
사실 처음에는 좀 두렵고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그런데 자꾸 읽고 공부하다보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환자들도 열심히 치료받고, 자기 일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서요.
저 아드리아마이신이랑 탁소텔 부작용도 다 알아요. 빨리 치료를 시작하고 싶어요.

임상연구에도 동의하셨다.
얼마전 방송에서 임상연구의 문제점에 대한 보도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보도가 한번 나가고 나면 환자들이 임상연구라는 단어만 들어도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선생님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셨으면 하겠다고 하신다. 결국 의사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것 같다. 아직 충분한 설명을 못 드렸으니, 설명서 읽어보시고 충분히 고민한 다음 다시 한번 얘기해서 참여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주부터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문을 닫고 나가면서 말이 없던 남편이 질문한다. 이게 제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거 맞죠?

상처가 아직 완전치 않아 다음주에 한번 더 상태를 보고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때 임상연구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드려야겠다.
같은 상황도
자꾸 회의하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걱정하는 것보다는
씩씩하게 이겨내려고 노력하려는 당신,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지만 모범환자 4호가 되기에 충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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