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무사고 무지연 외래를 위한 노하우

슬기엄마 2011. 8. 17. 23:49

1. 당연히 예습한다. 예습하면서 사진 미리 다 본다. 사진보다가 미리 영상의학과 담당 선생님께 메일 보낸다. 임상적으로 이러저러 한데, 사진은 어떻게 보이나요? 영상의학과 선생님들, 친절하게 답장 잘 해주신다. 감사합니다.

2.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안부를 물어봐야 한다.

(잘 알고 있는 환자라면) 
어떠셨어요? 지난번에 손발 저린것 때문에 약을 드렸는데, 좀 나아지셨나요? (투약 반응 확인)
혹은 아드님 결혼은 무사히 잘 치르셨나요? (정서적 지지)
(잘 모르는 환자라면 EMR 화면이 뜰때까지 기다려야 함)
잘 지내셨어요? 컨디션 괜찮으시죠? (막연한 질문)

3. 예습을 통해 병이 나빠지고 있는 상태를 확인한 경우라면, 앞 환자들을 신속히 보고 이 환자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4. 환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환자의 수첩을 점검한다. 어느 기간 동안 어떤 증상이 주로 힘든 것이었는지 잽싸게 검토한다. 이 기간이 힘드셨군요? 지금은 어떠신가요? 옛날얘기는 수첩메모로 대체, 지금 상태를 주로 확인한다. 괜찮으면 환자에게 잠시 말할 여유를 주고 나는 화면보고 오더를 내기 시작한다.

5. 약통을 쭉 늘어놓고 약을 펼쳐놓는다. 새롭게 약 처방을 하면서 이 약은 ***에 먹는 약이니까 기억하시구요, 이 약은 *** 증상 생기면 필요할 때 드세요. 라고 모델을 보여준다. 컴퓨터 화면으로 약 모양을 보여주려면 화면을 띄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실재 모델을 준비하는게 효과적이다.

6. 대략의 문진이 끝나면 시선을 화면으로 돌리고 오더를 마구 낸다. 환자 표정/눈치 살피며 '잘 지내세요. 다음 환자 봅시다!'라고 얘기해서 자리를 일어서게 만든다. (죄송합니다)

6. 수첩 준비. 예습 했으나 환자보고 다시 헷갈릴 경우 환자 ID랑 이름 적고 헷갈리는 게 뭔지 메모한다. 외래 끝나고 다시 EMR 보고 복습한다. 재판단이 필요하면 환자에게 전화하거나 다음날 다시 오라고 한다. (역시 죄송합니다. 그래도 놓치는 것 보다는 낫잖아요)

7. 계속 시계를 보면서 얼마나 지연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모니터한다. 사실 모니터 안해도 바깥이 시끌벅적지근하면 지연이 많이 되고 있는 것이다. 후반부로 가면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인사한다. 새벽 5시부터 시골에서 올라오시는 분들께 말로라도 사과해야지.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는 공포의 금요일.
항암 주사실이 좀 헐렁한 날이라 환자들에게 좋을 것 같아서 금요일 오전오후 진료를 보기로 했는데, 환자도 금요일에 항암맞고 주말을 힘들게 지내는게 싫은가보다.
환자는 새벽같이 와서 채혈하고 채혈 결과가 나와야 나를 만나고 나를 만나고 줄서서 수납한 다음, 항암제 주사실에 가서 처방한 항암제 조제되기를 기다리고, 자리없으면 앉아서 항암제 맞고, 그리고 어둑어둑한 저녁시간, 기차표 시간에 맞추어 허둥지둥 시골 집으로 향하신다.

무사고 무지연 외래를 위해 나는 앞으로 한달 열심히 달릴 예정이다. 한달 보고 한 싸이클이 지나면 손선생님 환자를 모두 힘들지 않게 커버할 수 있겠지? 그때까지만 좀 참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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