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주치의가 바뀔 때 환자들의 마음

슬기엄마 2011. 7. 23. 15:13

"다음 진료부터는 이수현 선생님이 봐 주실 겁니다."

"왜요?"

"제가 2년동안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수현 선생님, 아시죠? 작년 한해동안 저랑 같이 유방암 환자 진료를 해 오셨던 분이니
환자분도 잘 봐주실거에요."

"선생님 다녀 오시면 다시 선생님께 진료볼 수 있는거죠?"

"그럼요."

"그런데 제가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요?"

"..."


환자들이 손 선생님과의 마지막 진료 때 나누는 대화이다.


유방암 환자들은 특히나 주치의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하면 좋아진다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유방암은 항암제 반응성이 좋은 편이라
한두번의 항암치료만으로도 크기가 줄고, 폐전이로 인해 계속 고생하던 기침도 멈추는 등
증상이 호전되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의사선생님 처방이 명약이라고 믿는 정도가 다른 암종에 비해서 강하다.
손주혁 선생님은 특히나 여자 환자분들께 인기가 많으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

환자들은 지난 몇년간 자신을 진료해주고,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을 낫게 해준 선생님이 미국 연수를 간다하니 여간 불안하지 않은가 보다.
손주혁 선생님이 몇달에 걸쳐 서서히 나에게 인계해주셔서
안정적으로 환자 승계가 이루어졌다.
미리 환자의 상태, 과거력을 가지고 선생님과 논의할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차트에는, 검사에는 잘 나와있지 않은 세세한 사항도 선생님과 미리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여유롭게 주신 셈이다.

이전 선생님만 못하겠지만
잘 해드려야 겠다.
잘 낫게 해드려야 겠다.
지금처럼 상태를 잘 유지하며 사실 수 있게 해드려야 겠다.
환자들이 진료실을 나가며 던진 한마디가 참 마음 아프다.

'다시 선생님을 볼 수 있을까요?"

방안에는 순간 무거운 침묵의 공백이 자리잡는다.
어색한 침묵의 순간을 선생님은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라며 얼머무리지만
바로 당신이 직접 4기 유방암의 평균 예후는 2년이라고 설명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게 생존해 온 환자들을 진료하고 계시지 않은가.
환자들은 마음 다 비웠다며, 평균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살수 있게 되었으니 후회없다며, 의사선생님께 고맙다며 말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찌 정리한대로 머물러 있겠는가.

환자들 마음에 찬바람 불지 않게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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