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때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할 때
나는 쿨하고도 중립적으로 그런 소식을 전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게 맞는 것이다.
감정을 잘 조절하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잘 안된다.
걱정했던 검사가 잘 나오면
환자에게 빨리 그 소식을 전하고 싶어 안달이다.
걱정했던 검사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환자에게 가는 걸음이 너무 무겁고 마음이 울적하다.
그런 변화의 폭이 심한 사람은
종양학과 의사로 별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나쁜 결과를 알려주고 있는데
내 설명을 듣는 환자의 얼굴이 쟂빛으로 변해가는 걸 보면
내 어조가 점점 변해간다.
환자는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잘 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그 페이스에 말려서 긍정적으로 설명의 방향을 전환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그러다가 큰 코 다친다.
긍정적이고, 잘 될것이고, 걱정할 거 별로 없다고 말했는데
결론적으로 환자에게 자꾸 나쁜 상황이 초래되면
내 설명에는 일관성이 없어진다.
자꾸 말을 바꾸는 의사가 된다.
나는 내 감정을 좀더 기복없이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환자에게 끌려가지 않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의사가 되어야 하겠다.
지금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내가 저지르는 실수인것 같다.
참 내 입으로 설명하기도 거시기한 실수라 부끄럽다.
왜 이렇게 매일 부끄러운 일이 생기는 걸까?
하루를 지내고 난 내 가운은 그런 창피함으로 흠뻑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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