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3 - Restart from 2016/나는 공부하는 회사원

마음 가득한 만족감이란

슬기엄마 2016. 2. 10. 16:43
Satisfaction

지난 2년동안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나에게 Business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Oncology knowledge를 바탕으로 하여
이를 business 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도 2015년 하반기에 감이 온 것 같다.
(조직에 적응을 하고 감을 잡으려면 최소한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때가 병원으로 치면 1년차 후반쯤 되는 시기인것 같다.)

회사는 연구를 하는 곳이 아니라 business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research 의 방향이 매우 확실하고
회사의 need에 따라 특정 분야에 drive 를 걸기도 한다.
내 머리가 똑똑하고 여부와 무관하게 
oncology 연구 동향 또한 빨리 catch up 할 수 있게 되었고 
나름으로 이를 따라잡는 눈도 제법 날렵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능력이 개발된 것은 
병원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이렇게 나를 개발, 단련시킬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조직 안에만 있다보면 관성에 젖을 수 밖에 없다. 그 조직이 우주라고 생각하게 된다.
타성에 젖지 않고 도전하며 사는 삶을 선택하길 잘 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그래서 이 나이에 결코 늘지 않는 영어공부도 열심히 한다. 
잘 하진 못하지만 베짱 하나는 끝내준다.

그래서
요즘의 회사생활은 꽤나 안정적이다.
병원 못지않게 다이나믹한 일들이 발생하고 남들 몰래 똥줄타며 해결해야 하지만
예전같이 '오마이 갓'을 외치지는 않게 되었다.

그러나
뭔가 마음 속 한구석에 허전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환자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마음 가득한 만족감을 느끼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하루 100명의 암환자를 보던 시절, 99명의 환자에게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지쳐있다가도
어디선가 나타난 1명의 환자가 나를 의사로 만들어 준다.

환자가 내 비법(!)으로 인해 몸이 좋아졌다며 고마워 하기도 하고
환자가 자기 삶에 내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며 애정 고백을 하기도 하고
환자가 자기 몸을 통해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의학지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그런 환자를 만나면 가슴벅찬 뭔가가 있다.
그것은 임상의사만이 느낄 수 있는 마약 같은 그 무엇이다.

병원을 떠난 후
마약같은 그 만족감, 그 충만함을 가끔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