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좋은 소식 전하기

슬기엄마 2013. 2. 9. 16:11

 

미리 외래를 준비하면서

내일 환자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지 알게 됩니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명절인데도

슬픈 마음, 우울한 마음으로

검사 결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도 있습니다.

결과가 나쁘지 않으면 연락을 드립니다.

걱정말고 명절 잘 보내시라고.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없는게

저의 운명이니

그렇게 누구에게만 미리 연락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의사로서 일관성이 없으니까요.

저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전할 때가 더 많습니다.

나쁜 소식을 미리 전화해서 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좋은 소식은 미리 알려주고 싶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거죠.

 

사람 마음이 인지상정이라

연락을 드렸습니다.

티끌같은 작은 사람 마음

그 한점을 얻지 못하면 세상 그 무엇이 의미있겠습니까.

 

시스템을 논하고

구조를 논하고

법칙을 논하고

원칙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중요한 사회 구성의 원리입니다.

 

그런데

아픈 환자들과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다른 것 보다는

내 앞의 환자만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환자 중심주의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협소해 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나를 열받게 만드는 많은 사회적 사실들에 대해 쉽게 눈감아 버립니다.

나에게 하나도 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내가 초라한 사회적 존재가 되어도

나는 의사가 되었으니

환자만 좋으면 된다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환자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땐

환자보다 더 좋습니다.

그런 소식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줄 알기 때문입니다.

 

다들 명절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