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정기 검사를 한다는 것

슬기엄마 2013. 1. 1. 18:18

검사를 한다는 것

 

상피내암 (유방암 0기) 

재발 거의 안함 (이론적으로는 안하게 되어 있으나 실재로는 재발을 함. 확률은 매우 낮음).

수술 후 5년째까지 6개월에 한번씩 검사.

0기지만 유방수술은 대부분 전절제술을 함. 0기인데 전절제술을 하니 환자들이 깜짝 놀람.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 항호르몬제 5년간 복용.

0기에서는 HER2 양성이라도 허셉틴을 쓰지 않음

 

조기 유방암 

병기(1,2,3기)와 유형(호르몬 양성, HER2 양성, 삼중음성) 에 따라 재발율과 예후가 다름.

경우에 따라 3개월, 대개는 6개월에 한번씩 검사,

5년 지나도 10년까지 1년에 한번씩 검사.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호르몬 양성 그룹은 10년 지나도 재발할 수 있음.

삼중음성그룹은 치료 후 2-3년이 지나면 거의 재발하지 안음.

(그룹별로 재발의 양상과 예후가 달라지는 경향을 보임.)

 

전이성 유방암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6주-9주에 한번,

항호르몬 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3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함.

지금 하는 치료가 유효한지 아닌지를 판정하게 됨.

언제까지 치료할 것인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검사도 언제까지 해야할지 정해져 있지 않음.

전이성이라도 유방암은 장기 생존자가 많기 때문에 검사를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하게 됨.

 

외래를 미리 예습할 때는  CT 등의 검사를 하고 오신 분부터 리뷰를 시작합니다.

사진을 좀 꼼꼼히 봐야 하니까요. 미리 검사를 하고 가셨기 때문에 제가 전날 볼 수 있습니다.

먼 지방에 살기 때문에 서울 한번 오는게 힘들다고 하시는 분,

서울 인근에 살아도 검사를 위해 병원 오기가 힘들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외래 당일날 사진을 찍고 피검사를 하고 제 외래를 봅니다.

그러니까 저로서는 미리 리뷰할 여유가 없습니다.

CT 판독을 전문으로 하시는 선생님들께 판독을 받을 시간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제가 외래 시간내에 방금 막 찍은 사진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제 판단이 확실하지 않으면 다음에 전화로 알려드리기도 하지만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다음 진료 1주일 전에 미리 검사를 다 하고 가시는게 좋습니다.

제가 미리 고민도 하고 다른 과 의사선생님과 상의할 시간도 있고 하니깐요.

하지만 그럴려면 환자는 1주일전에 검사하러 병원에 한번 오고, 진료 보는 날 또 와야 합니다.

2번 오는 셈이죠.

 

2번 오는 것도 성가신 일이지만,

검사 전날 긴장하고 마음 조바심 내는 것,

검사 하러 와서 긴장하는 것,

CT 찍으면서 조영제와 방사선에 의한 일시적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

검사 결과 확인하러 오는 진료날까지 마음 졸이며 아무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것.

 

그래서 환자들은 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항암치료 받는 거보다 검사하는게 더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검사 안하고 그냥 치료 받으면 안되냐고 묻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환자 병이나 상태가 안정적이면 제가 검사시기를 조금 미뤄드리기도 하지만, 영영 안하거나 검사 간격을 너무 늦추는 것이 좋지는 않습니다.

 

검사를 하고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표정부터 다릅니다. 매우 경직되어 있어요. 겁먹은 아이처럼 눈이 커져서 제 입만 바라봅니다.

그래서 저는 검사를 하고 오신 분들은 거두 절미하고 결과부터 말씀드립니다.

 

괜찮아요

그런 말을 할 때는 제 마음도 가볍습니다.

별 설명을 길게 할 것도 없어요. 환자도 별로 질문이 없습니다.

괜찮다는 말을 듣는 순간, 환자들은 심호흡을 합니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제 말을 기다리고 있던 거였어요.

 

병이 조금 나빠진 거 같아요.

그런 말을 할 때는 제 마음도 무겁습니다.

설명도 많이 해야 해요. 환자도 질문이 많습니다. 질문을 아예 못하기도 합니다.

 

재발의 위험이 높지 않은 상피내암이나 1-2기 조기 유방암 환자들은 대개 6개월에 한번씩 검사하게 되는데, 일년에 2번, 정기 검진할 때만 다가오면 가슴도 두근거리고 밤에 잠도 안오고 여기 저기 몸도 아프고 불안감이 극대화된다고 하십니다. 그 시간동안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칩니다. 그때만 항불안제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불안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니까요.

 

당일 검사하고, 당일 진료결과를 확인하면 좀 낫겠죠?

그렇지만 그게 가능하려면

검사실도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고, 검사결과를 판독할 영상의학과 의사도 더 많이 필요합니다.

돈과 사람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Fast tract' 처럼

병원 전체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 제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더라구요.

 

객관적으로 재발의 위험이 높지 않다면

그 사람을

환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으로 일상을 잘 살아가게 도와주는 뭔가가 있었으면 합니다.

너무 검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도록

마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짧은 인생, 걱정하고 살기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걱정한다고 인생의 궤적이 변하지 않습니다.

병이 있어도 그 병을 지닌 채 잘 살아야 합니다.

다 알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아는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