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신촌에서는
'독수리 다방'에서 미팅을 했고
'오늘의 책'에서 약속을 했었지요
2차를 갈 때는 오늘의 책 메모판에 메모를 남기면
지나가던 친구들이 그 메모를 보고 예정없이 합석하기도 합니다.
친한 친구들과는 소주집 '훼드라'에 가서 라면 국물과 계란말이에 쏘주도 마시고
술이 안 깨면
탁구장 가서 탁구도 치고 야구장 가서 500원 넣고 공 10개 나오는 야구도 했습니다.
그렇게 술 깨고 집에 갑니다. ^^
그게 제가 대학 1학년 1990년 대 초반 신촌의 풍경이었죠.
지금 현대 백화점 5거리 자리에 무슨 디스코텍도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그 앞에서 데모도 많이 했었는데...
그뒤로 신촌 풍경은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옛날 가게 중에 남아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3년에 한번씩은 가게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아있는 작은 가게가 하나 있어요.
향 레코드.
전 가끔 이 가게에 갑니다.
병원 바로 앞이라서 아무 때나 갈 수 있어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가는 곳은 아닙니다.
지나가던 길에 들르기도 하고,
병원에서 어딘가로 뛰쳐나가고 싶을 때
가보기도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작은 가게를 어슬렁 거리면서 음반을 들여다 보는 척 하면서
사실은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습니다.
오늘도 특별히 살려고 했던 음반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요즘엔
꼭 사고 싶은 음반이나 책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사는게 더 편리하고 가격도 할인되어 경제적입니다.
알뜰살뜰 살려면 그렇게 하는게 낫죠.
전 그래도 예정없이 가게에 들러서 돈 다 내더라도 충동구매로 음반을 사는게 취미입니다.
음반을 고르는 동안 가게에서 음악을 듣는 것도 좋고
가게 일을 보는 총각한테
이 얘기 저 얘기 물어보면서 음악상식도 넗히고
그렇게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사온 음반 서너장을 이것 저것 골라 들으며
일을 하고 있을라치면,
최소한 일주일은 행복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의 행복을 위해
오만원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행복을 위해 오만원 정도는 씁시다.
가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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