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으며 든 생각.
암세포는 우리 몸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무수한 스트레스를 견디고 피해가야 합니다.
우리 몸 자체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암제, 방사선치료도 암세포가 맞닥뜨리게 되는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 중의 하나죠.
많은 암세포가 항암제에 의해 죽지만 그 공격을 피하는 놈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기전을 통해 자신의 생존방식을 바꿔가며 환경에 적응/스트레스로부터 회피하며 살아남습니다. 그렇게 성격이 변한 암세포들은 같은 항암제가 공격했을 때 이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렇게 저항성을 회득합니다.
저항성을 획득하는 다양한 기전을 설명하는 논문들을 읽으며
그런 메카니즘을 잘 들여다 보고 있으면
바로 그 내부에서 헛점이 발견되고
거기를 공격하면
살아남은 암세포가 더 이상 증식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저항성을 회득한 암세포의 존재가
하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지혜로 제거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읽는 논문들이 무용지물이 될텐데요.
내가 처방한 항암제가
암세포의 저항성을 더 키울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치료만이 살 길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 놓고 나빠지기만을 기다리며 치료를 쉬고 있을 수 만도 없습니다.
매 환자를 볼 때마다
그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찾아오는데
환자는 나를 믿고 내 결정을 따라주지만
내 마음은 100% 확신과 신념에 찬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공부합니다.
그리고 좋은 약을 찾아
저항성을 개선하고 정상세포는 해치지 않는 그런 약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종양내과 의사인 내가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과 덕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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