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명상 프로그램 중간평가

슬기엄마 2011. 12. 20. 23:26

명상 프로그램을 4주 운영하였다.
두 팀이 진행되고 있는데
한팀은 명상에 몰입을 하기 시작하였고 다른 한팀은 아직 몰입이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당초 나도 같이 참여하여 명상을 배워보려고 했지만
전화가 너무 많이 오기 때문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고 또 전화기를 꺼놓을 상황도 아니라 그냥 프로그램 전후로 환자들 분위기만 보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명상 선생님, 도와주시는 자원봉사자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중간 평가를 들어보았다.
선생님은 우리 환자들 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의 사람들과도 명상을 함께 하고 계시고 애니어그램에도 조회가 깊으시다. 심리학을 전공하셔서 환자들과도 개별 상담을 잘 해주신다. 환자들의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으신 분들이 많아,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은데, 잘 대처해주고 계셔서 감사하다.

우리팀에서 하고 있는 명상은
현실의 지금 나 자신의 상태를 직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방식의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을 하고 있는데
사실 암환자들은 현실을 직면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오늘도 한 환자가 병이 나빠졌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오셔서 그 얘기를 했더니
다른 환자들에게 그 감정이 전파되어 분위기가 침울해 졌다.
참여한 환자 중 한 분은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하셨다.
이들에게
명상을 통해 그런 자신의 존재를 직면하는 것, 나도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직면하는 것, 그것은 암환자들이 그렇게도 회피하고 싶은 보호기전을 깨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어떤 사고의 흐름, 어떤 방식의 마음챙김이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고민이 되신다고 말씀하셨다.

어쩌면 환자들은
명상시간을 통해
다 잘 될거야, 더 좋아질거야, 그런 희망적인 말을 듣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명상시간 동안 요구하는 사고과정에는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느끼고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그 답은 주어지지 않았다.
6주간의 프로그램을 마치면
우리는 총평가를 해볼 참이다.
그리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암환자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실재 최근의 여러 연구에 의하면
명상 등과 같은 프로그램 전후로 피검사를 해보면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향상되고,
불안, 우울, 분노 등의 감정이 순화되는 것이
객관적, 주관적 테스트를 통해 잘 입증되어 있다.
명상프로그램은
어떤 약물적, 침습적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에게 해를 주지 않어 나쁠 것 없거니와
functional MRI를 찍어보면 뇌 활동 영역이 변화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형성되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다만 명상을 이끌어가는 내용 중에 암환자를 위한, 암환자에게 적절한 변형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새로운 영역으로 보다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자원봉사자가 아니었으면 이 프로그램이 원할하게 진행되기 어렵다.
프로그램의 실무를 맡아 잘 운영해주고 있는 통증전담 간호사의 지원도 감사할 뿐이다.
처음 시도해보는 프로그램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흔쾌히 강의를 맡아주신 선생님도 감사하다.
정신과 전문의인 동기도 함께 참여하여 소중한 코멘트를 더해주고 있다.
6주간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난 환자들이
그동안 풀지못했던 마음의 짐을 많이 내려놓고,
이 시간을 통해 뭔가가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해주는 것, 그런 결과만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나의 작은 노력이
그 누군가에게 긍정적으로 전파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내가 올해 한 일 중에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
내년에는 더 나은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원동력을 얻고 싶다.
꼭 시도해보고 싶은 작은 아이템들이 생각난다. 그런 나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형태로 창출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