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슬기엄마 2011. 5. 18. 10:45

60세.
1992년에 처음 유방암 수술을 했는데
1998년에 부분 재발을 해서 수술을 다시 하고
2002년에 피부로 재발을 했다.
10년째 병은 피부로만 나빠지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항암제, 갖가지 항암치료를 하셨다.
그동안 병력지를 보니 항암치료를 해서 반응이 별로 없던 적도 있었지만, 반응이 좋아 같은 약제를 꽤 오래 유지하며 잘 컨트롤 되던 시절도 많았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라 호르몬 치료도 간간히 해 오셨다.
그러나 이제
종류별 항호르몬제, 항암제를 거의 다 쓰셨다.
10년간의 항암치료...

그런데 세상에
아직 피검사가 다 정상이다.
골밀도 검사를 했는데 뼈 상태도 완전 양호하시다.
병은 여전히 피부에만 있고 내부장기로 전이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피부 병면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오른쪽 팔과 상체 앞쪽, 왼쪽팔의 일부로 병이 진행된 상태이다.
옷을 입고 계시면 환자인지 어쩐지 전혀 알수도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으시다.
그렇지만 정작 피부병변을 보면 병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 사방데서 진물이 흐르고 벌겋게 부어있다.

환자분은
이제 당신에게 효과적인 약제가 별로 없다는 거 잘 알고 계신다.
반복적인 항암치료에 지치기도 하셨다.
주사를 맞으려고 해도 이제 혈관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저보다 경험도 훨씬 많으시고 훌륭한 선생님께 치료를 받아 오셨는데, 왜 저에게 오셨나요?"
마음 속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다.
오늘은 일단 케모포트를 넣기로 해서 하루 벌었다. 난 하루종일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이제 항암제라면 지긋지긋 해요"
"그러면 항암치료 하지 말까요?"
"..."
"그동안 항암치료를 하면 반응은 괜찮으셨더라구요..."
"치료 안하면 이 피부는 어떻게 하나요?"
"..."
"이제 더이상 항암치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는데요, 사실 열심히 해서 꼭 좋아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양가감정이 있으신 거다.
포기하자니 나머지 컨디션이 너무 좋고, 계속 치료하자니 지겹고...
치료를 안 하며 지내본 기간도 있었는데 피부 병변이 계속 커졌다고 한다. 진물 나는 것도 심해지고 냄새도 많이 나고.

4기 유방암은 이렇듯 오래 사시는 환자분들이 많다.
쓸 수 있는 항암제도 꽤 많고
약을 쓰면 또 좋아지고...
누군가는 이런 유방암을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했다.
예후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4기도 오래 살아서 좋은 것 같지만,
사실 사람 진꼴 빼고 돈도 다 빼먹고 심신을 다 지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긴병에 효자없고
가족도 지치고
본인도 지치고...
그러나 환자와 가족은 최선을 다하고 싶어한다. 한번이라도 좋아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치료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가장 부담스러운 한마디.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먼 미래는 계획할 수 없을 것 같다.
가능한 약제가 있는지,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근거가 확실한지 알아보고
내일부터 항암치료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항암치료가 전부가 아닌 환자도 있고
항암치료가 전부인 환자도 있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