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주치의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슬기엄마 2011. 12. 28. 14:37


내가 앞으로 의사를 계속 한다면
그것은
이런 말을 듣고 싶어서 일거다.
선생님, 저의 주치의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난
품고 있는 큰 뜻도 없고
이루고 싶은 큰 일도 없으며
별다른 야망도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에게 치료받는 환자가
다른 환자보다는 좀더 편안하게,
좋은 마음으로 치료받을 수 있으면 된다는 그런 마음이 가장 클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 어떤 일도 다 미루고 환자를 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인생사 매순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안되
를 따져본다.
이건 이래서 될 것 같고
이건 이래서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이다.
잔머리 굴려도 결국은 궁극적인 철학과 인생관에 의해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선택이라기 보다는
결단에 가까운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이냐,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아갈 것이냐에 대한 인생관.
그 철학이 서면
그 다음에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아파보면
나, 그리고 가족의 건강이 최고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다음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어려움에 처해보면
친구의 우정이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된다.
돈이나 권력보다,
절친한 친구,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인생에 사람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다음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내가 의사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 치료받는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걸 위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며
내 환자가 비록 병원이라는 곳을 다니는 사람이지만
너무 슬픈 마음으로, 
비관적인 마음으로,
너무 불행한 마음으로 병원을 오가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씩씩하게 병원을 다닐 수 있게 지지해 주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그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거 말고 다른 이유들은 모두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 불합리한 시스템
조금 힘든 거
조금 바쁜 거
조금 업적이 딸리는 거
그런 것들에 대해 일희일비 하거나 신경쓰기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사실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큰 그림도 못 그리고 있고, 매일 일희일비하며 헉헉댄다.
그런 내가 오늘 천금과 같은 선물을 받았다.
환자의 메시지, 선생님이 주치의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어쩌자고 나에게 이런 황금같은 아부를 해 주신 걸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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