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항암주사를 맞다가 새면?

슬기엄마 2011. 4. 12. 09:53

여자 환자들이라서 그런가?
혈관이 약하다.
나만 해도
팔에 근육은 별로 없고 지방만 많아 혈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반 수액을 맞아도 금방 퉁퉁 붓는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지방도 녹이고 혈관 탄성도도 올리고 유연하게 해야 하는데...

항암제처럼 그 자체가 혈관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약제는
맞을 때마다 혈관이 딱딱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쪽에, 다음 번에는 다른 쪽에, 그 다음번에는 다리에...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혈관을 찾아 헤매면서 맞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들이 빨간 약이라고 하는 아드리아마이신은 항암제 중에도 혈관 독성이 심하다.
주사를 맞다가
혈관이 터지면서 주위 조직으로 항암제가 새는 일이 생기는데
다른 항암제는
좀 몇일 아프거나 피부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다가 다시 원상복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큰 걱정은 없는데
아드리아마이신은 주위 조직으로 새면
염증이 심각해지고 조직이 괴사되기도 하며 궤양처럼 푹 파이다가
상처가 낫지않아 성형외과에서 피부이식 수술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심장 위쪽으로 들어가는 대정맥에 중심혈관삽입술을 하여 미리 인조혈관을 심는 경우도 있다.

아직 대학병원은 4월.
우리 조직에 새로 들어온 의사, 간호사가 많다.
아무리 조심시키고 교육을 해도 초반에는 실수가 있기 마련.
의학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실수라면
실수가 생긴 이후로 최대한 잘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의 신참들은 잘못에 대처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아 병동이 진정되지 못하고 들썩들썩하다.

이번 기회에 아드리아마이신 extravasation 프로토콜을 만들어야겠다.
표준화해야하는 과정은
1. extravasation이 발생하면 담당 주치의에게 보고한다.
2. 혈액을 역류시켜서 밖으로 빼낸다.
3. 18게이지 가는 바늘로 주사 부위의 조직을 찌르고 조직으로 샜을 가능성이 있는 약을 짜낸다.
4.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얼음팩을 한다.
5. 성형외과에 협진을 내서 지속적으로 경과관찰을 한다.
6. Dextrazoxane을 1000mg/m2을 6시간 이내에 투여하고 3일째까지 약을 투여하여 해독한다.

이 6번에 해당하는 내용이 최근에 보고되고 있어 일단 공부를 더 해야할 것 같고 환자들에게 투여하려면 사전신청을 해서 비용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또 케모포트가 아니라 말초혈관을 이용해 중심혈관으로 접근하는 PICC 프로토콜도 영상의학과랑 상의해서 짜야할 것 같다. 아드리아마이신을 맞는 환자는 포트가 아닌 중심혈관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뭔가 문제의식을 가지면
그걸 해결하는 것도 나의 몫이기 때문에
사실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렇게 환자가 한명이라도 안좋은 일이 생기면
게으름 피우지 말고 대책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