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2 - Transition 2014-2015/일상을 살아가다 0.5

연휴의 마지막 밤

슬기엄마 2014. 5. 7. 01:50


슬기가 쉼없이 골골댄다.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코가 꽉 막혀 코로 숨을 못 쉬고 입으로 숨을 쉰다. 그래서 입술이 갈라지고 부르텄다.

편도도 엄청 부어서 라이트를 비추지 않고도 편도에 궤양까지 다 보인다. (슬기 편도는 내가 본 편도 중에 가장 심하게 붓는다.)

누런 코가 나오는 걸 보니 만성 축농증이 또 악화된 것 같다. 

연휴라 항생제도 못 먹고 그냥 식염수로 세척만 하고 있다.  

자꾸 코를 푸니까 머리도 울리고 무겁다고 한다. 

기냥 누워서 TV 본다. 

좋아하는 사이다도 입맛이 써서 못 먹겠다고 하니 할말 없다. 

뭣 좀 먹어볼래? 물어도 손사래를 친다.

애가 안 먹으니 기분이 영 환장하겠다. 



엄마는 한달만에 7-8kg 정도 몸무게가 빠져버렸다. 

갑자기 몸무게가 빠지니 기운이 쑥 빠지나 보다.

입맛이 없어서 먹지를 않으니 몸무게가 빠진것 같다고 하시는데

우리 집안 내력상 입맛이 없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상할 노릇이다. 

기운이 없으니 원래 아픈 무릎도 견딜 힘이 없어 더 아프다고 하신다. X-ray를 보니 관절염은 아니다. 나이에 비해 관절은 좋으시네. 몇년 사이에 척추측만증이 약간 생겼는데 이것이 퇴행적인 변화인지 고관절 수술 후 다리 길이가 안맞으면서 생긴건지는 잘 모르겠다. 디스크도 같이 있는데,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척추의 자세 변형이 오고 2차적으로 무릎 근처의 인대들이 다 잡아다니는 모양이다.

그리고 기분 변화도 심한 것 같다. 

내일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제발 갑상선 기능이상이기를 바란다.

만약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라면 사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암검사를 해야 한다. 체중이라는게 그리 쉽게 변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다음으로 의심할 만한 것은 암일 것 같다. 그러나 증상이 너무나 명확하지 않다. 체중감소, 전신쇠약감, 우울한 기분. 다음으로 할 검사는? 



엄마와 딸이 골골대니

사이에 낀 내가 바쁘다. 

차로 이곳 저곳 모시고 가고 

집에서도 이것 저것 소소한 일을 하고 

정작 내가 할 일들은 이를 핑게삼아 다 미루고 

그렇게 연휴를 쭉 보내고 나니

내일을 맞이하는 것이 두렵다.




연휴를 지내며 내가 깨달은 것.



1. 일상이란 매우 소소해 보이지만 

   매우 정성어린 손길이 있어야 겨우/근근히 유지된다는 것. 


2. 엄마가 괜찮다고 할 때 그말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것. 

   부모는 자식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는 것.


3. 시부모님을 포함, 부모님들이 많이 늙으셨고 서서히 그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

    누군가의 보살핌을 요구할 날이 금방 올 거라는 것. 그 보살핌의 주체가 나일수 있다는 것. 


4. 환자 핑게 대고 병원에 나갈 정도는 되야 비로소 자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연휴에 집에 있으면 왠만큼 독한 마음 먹지 않고는 그냥 퍼지게 된다는 것.

   

5. 시간을 너무 보람차게 보낼려고 몸에 잔뜩 힘주고 있어봤자 소용없다는 것.

    인생은 내가 계획한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 순간 순간을 잘 보내도록 노력하는게 중요하다는 것. 

    당장 눈앞에 얻는게 없는 것 같다고 초조해하면 안된다는 것.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휴기간 동안 놀아버린 것을 보상하고자 마지막 날 밤에 안자고 뭔가를 해본다 한들, 

    이미 늦었다는 것.  



좋게 자자. 

괜히 밤세지 말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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