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206

충격 고백 이후

뼈전이 이후 4년이 넘도록 의사가 처방한 호르몬약을 먹지 않고 지냈다며 충격 고백 (2013.7.27 블로그에 올린 글) 을 했던 그녀가 일주일이 지나 다시 외래에 왔다. 그녀의 충격 고백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치료를 할지 고민해야 했다.보험으로 다시 페마라를 처방하는게 가능한지 알아보았다.대답은 안된다는 것.나도 내심 원리상으로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환자가 비보험으로 비용을 다 지불하고 약을 처방받겠다고 해도 그것은 '임의 비급여'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했다. 임의 비급여는 절대 처방하지 말라고 했다. 이건 안타까운 일이다.페마라 한달에 이십만원이 채 안되는데 환자가 지불할 능력과 의향이 있으면 이 환자에서는 페마라를 쓰는게 좋은데...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이렇게 어이없는 사태를 초래한 데..

충격고백

최초 유방암은 2003년 11월. 유방암 3기초. 당시 수술을 하고 항암, 방사선치료를 마친 후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였다.기록에 의하면 환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5년을 먹어야 하는 호르몬제를 자의로 중단하여 1년을 채 먹지 않았다.기록을 보니환자는 병원에 제때 오지 않고불규칙적으로 검사를 하러 왔다가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는 주치의 설명에 처방을 받아놓고약 자체를 구입하지 않거나사가지고 가서도 약을 먹지 않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던 중 2009년에 갈비뼈 한개에 유방암이 재발되었다. 비록 병이 재발된 것이기는 해도 갈비뼈 한개이니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었다. 그 정도면 다시 완치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때도 환자는 치료를 거부하고 약을 먹지 않다가 수개월이 지나 검사를 했더니 ..

칼슘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정기적으로 매일 하루 15분 이상 피부를 노출한 상태로 햇빛을 받는 것만으로도 하루 필요한 비타민 D 요구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매일 그럴 여유가 없기 쉽상이고 매일같이 해가 쨍쨍 날씨가 좋은 것도 아니고 또 얼마나 피부를 노출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썬크림도 안바르고 햇빛을 쬐면 얼굴에 기미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고 이래저래 실천이 어렵다. 핑계댈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는 몸을 움직이거나 생활습관을 조절하면서 건강행위를 실천하는 것보다는 뭔가를 먹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하루 한알 먹는 신비의 보조제가 이런 자질구래한 문제들을 다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을 흡수하는 대사과정에 작용하는 등 칼슘 대사에 관여한다. 뼈나 치아 등의 구성성분이 되는 칼슘은 주..

이번에는 내 감이 틀렸군요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항암 치료를 할 경우 2주기 (6주) 혹은 3주기 (9주) 에 한번씩호르몬 치료를 할 경우는 3개월 (12주) 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영상검사를 하면서 치료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사진을 찍어서 안정병변(stable disease)이냐 질병진행(disease progression) 이냐를 판단한 후이전 치료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아니면 약제를 바꿀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안정병변이냐 질병진행이냐를 결정하는 것은국제적인 판정기준에 따른다.확실하게 나빠졌다는 기준에 부합하기 어려우면 일단 안정병변에 준해 치료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조금 나빠졌다고 약제를 빨리 바꾸는 것이 궁극적으로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약제를 자꾸 바꾸면 나중에 쓸 약이 없어지게 된다.약효가 조금 늦게 나타날 ..

영양제라고 다 좋은게 아닐 수도 있다

아세틸 카르니틴 (Acetyl-L-Carnitine) 이라는 약이 유방암 수술 후 투여하는 탁솔/탁소텔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3상 임상연구 결과가 이번달 JCO에 발표되었다. (첨부파일 참조) 탁솔/탁소텔은 신경병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항암 약물이다. 약을 중단하면 증상은 대부분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투여 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신경손상에 의한 증상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암은 완치가 되었는데 정작 삶의 질은 나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술 전후 4-6회 정도 제한되게 약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이런 부작용이 심각한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는 독성을 견디는 한에서 가능한 오래 쓰는 것이 약물 투여의 원칙이다 보니 환자들의 불편감과 고통이 이만저..

나의 비겁함

그녀를 만나러 가고 싶지 않았다.뭐라고 말해야 할지...그동안 그녀에게 모진 말, 못할 말 많이 했는데이제 더 이상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그래서 협진이 났는데도 가서 만나지 않고 EMR로 답신만 썼다.난 도저히 그녀를 다시 만날 용기가 없었다.나의 비겁함... 그녀는 유방암을 시작으로 지난 2년 동안 세번의 암을 진단받았다.유방암 진단 1년후 갑상선암 그리고 1년 후 백혈병 첨에 유방암은 2기초인 줄 알았다.겨드랑이 림프절도 없었다.그래서 PET 등과 같은 영상검사도 하지 않고 바로 수술을 하였다.(원래 임상적으로 겨드랑이 림프절이 의심되지 않는 조기유방암은 초음파검사, mammo 만 검사하고 수술하는게 원칙이다.) 당시 임상연구가 있었다. 일종의 골다공증 치료의 목적으로 개발된 Denosumab 이..

노인 종양학의 최근 이슈들

현재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인정되어 표준요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항암치료도 당시 개발된 신약을 가지고 수년간, 수차례 혹은 수십차례에 걸쳐 임상연구를 시행하여 당대의 표준 약제보다 우월한 성적을 입증했기 때문에 더 좋은 치료로 인정되고 합의된 결과이다. 종양학은 그렇게 임상연구의 역사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러한 임상연구의 결과를 통해 현실의 진료패턴이 변하고 있다. 임상연구에서는 환자를 등록할 때 정해놓은 기준이 있는데 그런 기준에 정확히 맞는 환자를 등록하는 것이 그 임상연구의 질과 수준을 결정한다. 그래야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일반화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정확성을 추구한다는 임상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포함되는 비율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미국 FDA 에서 인정하고 항..

치유의 숲길 프로젝트

일단 서울 근교에서 부터 시작할까 한다. 항암치료 중에도 혹은 항암치료를 마치고 다소 쇠약한 몸으로도 피톤치드를 마시며 산림욕할 수 있는 1-2시간 코스의 산책길. 그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른바 치유의 숲길 프로젝트. 나는 산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산악회 회원이 될 생각은 전혀 없으며 누구나 좋다는 명산에 별로 다녀본 적도 없다. 그냥 연대 안에 있는 안산을 다니는 정도. 한시간 남짓 오르내리며 똑같은 길이지만 산길은 조금씩 달리보인다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 내키면 주말에 이북오도청에서 시작하는 북한산 사모바위까지 왕복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백운대 쪽으로 북한산을 오른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길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외국이든 국내든 학회를 가면 주변의 낮은 산이라도 둘러본다. 그래서 학회는 항..

가족이란

가족은 환자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고환자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가족은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들로 미움이 쌓여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도 못하는 험악한 말을 해버리고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 가족은 사랑이 너무 과해, 환자의 뜻을 앞서 결정을 해버린다.혹은 가족이 불안해서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가족이라고 늘 의사소통이 잘 되고 서로 사랑하고 스위트 홈을 이루며 사는 것은 아니다. 안 스위트한 홈이 더 많다. 큰 병은 가족을 위기에 처하게 한다.그동안 묻어둔 갈등도 터져나오고 투병과정에서 위기가 심화되기도 한다.돈이 큰 문제가 되지만 그것을 넘어선 더 많은 문제들이 노출된다. 그리고 상처받는다.쿨하게 화해하고 용서하지 못한다. 그리고 일상이 이러한 문제로 짓눌려..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요

전이성 유방암으로 3년째 치료 중인 그녀.처음 재발을 진단받았을 때 항암치료를 여섯번하고 지금은 호르몬제를 먹고 있다. 그녀는 좀 무뚝뚝한 편이다.진료할 때 별 말을 안한다. 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폐경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자기 말 잘 안하는 사람이 폐경기 증상 참는거 힘들어 보였다. 처음보다는 많이 적응이 된 것 같지만 자고 일어나면 손발이 뻣뻣하고 온 몸이 굳어지는 느낌 때문에 아침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약 저약 시도해 보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얼마전 뼈 병변이 나빠져서 호르몬제를 바꾸었다.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로 2년 이상 같은 약을 쓰다가 약을 바꾼다고 하니 내심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래도 나에게는 별 말을 안한다. 바꾼 호르몬제는 좀 어떠세요?관절아픈게 더 심하지는 않나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