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101

환자가 환자를 멘토링하기

한명은 유방암한명은 난소암그들의 원래 주치의는 내가 아니었다.각기 다른 의사였다. 그런데 어찌어찌 해서 지금은 내가 그들의 주치의가 되었다.그들은 서로 모르는 관계였는데 최근 요 몇달 새 요양원에서 만나 알게 되고 같은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친해진 것 같다.병원을 왔다갔다 하니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내 얘기도 한 모양이다.뭐라고 했을까? 최근에 나에게 치료를 받기시작한 환자는첫 대면하던 날 이제 호르몬 치료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으니 항암치료를 해야할 것 같다고 험악한 말을 하게 되었다. 나는 차트에 의거해서 그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사항은 잘 모른다.나중에 들어보니, 수술하고 나서 한 8번의 항암치료가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나를 처음 만난 그는 이..

1주일에 42 METs 이상의 운동, 쉽지 않을 거 같네요!

외래 진료시간에 환자들이 하는 가장 흔한 질문이‘뭘 먹으면 좋을까요?’가 아닐까 싶다. 환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암 치료 과정.치료방침이야 의사가 정하는 것이니환자인 자신은 그저 의사가 시키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 그러므로 환자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 음식,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만으로는 암 예방과 치료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무엇을 먹을것인가’의 문제는‘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이 되어 있다.일상적인 식생활을 ‘건강식단’으로 바꾸는 것은근본적인 삶의 철학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일이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식단을 건강식단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

언제까지 소견서를 쓸 것인가

나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일지도 모른다. 과도한 의료비용의 증가를 우려하면서도 고비용의 표적치료제를 보험으로 환자에게 쓸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제한된 돈과 자원문제라고 한다면 우리의 비용지출구조를 다시 점검해 볼 필요는 없는 것일까? 꼭 모든 암환자에게 5% 본인부담금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매우 낮은, 각종 암의 0기 환자들도 다 5%만 낸다. 그래서 건강검진차원에서 PET-CT를 찍고, 머리가 아프면 MRI를 찍는다. 몇만원 안드니까. 진료실에 있다보면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를 자주 경험한다. 또 다른 재원 조달 구조는 없는 것일까? 예를 들면 HER2 양성 유방암은 그 자체가 공격적인 성격이 강해 빨리 재발하고 HER2 경로를 차단하는 표적치료제..

10월 백신접종을 해야 하는 환자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요즘 감기환자, 환절기 알레르기 환자가 많네요.저도 알레르기가 심하기 때문에 재채기, 콧물, 눈물을 호소하는 환자를 보면한번에 알아차립니다.제가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약을 처방해 드리곤 하는데다들 대 만족입니다. ^^알레르기 내과 선생님이 저에게 해주신 처방을 제가 해드리는 셈입니다. ^^또 제가 각종 알레르기 증상을 겪어봤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약을 먹어보고 뿌려봐서 잘 아는 편입니다. 돌아오는 10월은 본격적인 백신의 계절입니다. 전이성 암환자는 폐렴 백신과 독감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 두가지를 맞아야 합니다. 폐렴 백신은 5년에 한번 맞으면 됩니다.지난 2년 동안 저에게 치료를 받으셨던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재작년, 작년동안 거의 폐렴 백신을 맞으셨을 가능성이 높으니 ..

대상 포진 예방접종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설명드릴려구요 대상포진은 우리 몸에 있는 바이러스 (varicella zoster visus) 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기승을 부리며 찾아오는 병입니다. 대개 60세 이상, 나이가 들수록 발생율이 높아집니다. 어렸을 때 수두(비슷한 계열의 바이러스로 어렸을 때 걸리는 병이죠) 를 앓았어도 또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수두는 물집이 생기면서 가려움증이 동반되고 신체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것에 비해대상포진은 신경이 분포하는 자리를 따라서 통증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예를 들면 몸통 한쪽, 얼굴 한쪽에서 어떤 신경이 분포하는 자리를 따라 통증이 시작되다 보니 처음에는 피부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그저 몸살이 난 줄 알고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먹어보지..

엄마의 코멘트

보건복지부와 국립 암센터가 주관하에오는 6월 2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암생존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제안'을 주제로 암정복포럼이 열린다.(컨퍼런스룸 301호 오후 1시-6시) 암생존자(cancer survivor)라는 말이 다소는 낯설지만내년이면 우리나라도 암생존자 100만명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국립암센터는 '근거중심의 생존자 관리'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그리고 책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포럼을 개최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동안은 몰랐던 후기 합병증이나 이차암 발생의 예방 및 건강한 생활습관사회정서적 지지의 중요성가족과의 관계직장으로 복귀하는 문제 등등 환자와 가족이 부딫히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

BRCA 유전자, 요즘 질문이 많군요!

누구나 - 암환자든 건강한 사람이든 - 유전자 검사를 하면 수천개의 유전자가 돌연변이가 존재한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다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이상은 돌연변이 말고 다른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는데 그중 돌연변이가 암을 일으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돌연변이 연구를 주로 많이 하고 이것이 최근 유전체 연구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수천개의 유전자 돌연변이 중 암을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는 실질적으로 약 300여개 정도 되고 이 중 유방암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넉넉잡아 20-30개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진짜 강력한 유전자가 무엇인지도 대략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발생하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 유전자 이상을 알게 되었다 해도 그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할 수..

러시아 할머니 홈런치심

72세 러시아 할머니. 2년 전에 러시아에서 난소암 수술하고 항암 치료를 하셨다는데 - 무슨 약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러시아 글씨를 영어식으로 읽어보면 taxol 이랑 carbo 랑 하신거 같다 - 항암치료 끝난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재발하신 것 같다. 애초부터 3기였으니 2년 안에 재발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난소암은 최초 재발이 6개월 전이냐 후냐가 예후에 중요하기 때문에 금방 재발한 할머니 난소암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난소암에서는 플라티넘 약제가 가장 중요한데, 이에 대한 감수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6개월을 잡는다. 최초 약제로 치료하고 끝난지 6개월이 지나서 재발을 하면 비교적 감수성이 남아있는 걸로 생각하고 같은 약을 다시 써도 다시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개념이다.플라티넘 저항..

젊은 여자가 항암치료를 할 때

오늘은 토요진료가 있는 날.피검사를 해서 몸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거나 부족한 약을 타야 하거나갑작스러운 증상이 생겨서 불안하고 대처하기 힘든 환자들이 토요일 외래를 찾는다. 탈수가 심해 수액을 맞거나 통증 조절이 필요할 때 환자 혹은 보호자들이 온다.자기 담당 주치의가 아니더라도 종양내과 의사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굳이 응급실을 갈 상황이 아니라면 토요일 일반 외래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내가 진료를 담당하는 토요일이면 내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하고 가기도 한다. 항암제 주사 시간이 길지 않으면 토요일도 항암치료를 할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은 환자들, 직장을 다니는 환자들은 토요일 진료를 선호하기도 한다. 우리 병원 종양내과에서는 4명의 전문의가 번갈아가면서 토요진료를 담당하고 있..

여행은 좋은 것

유방암 치료 중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몸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환자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선생님 저 여행가도 되요? 선생님 저 비행기 타도 되요? 그럼요! 그렇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합격의 요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여행을 가고 싶은 의욕이 있다는 것, 스스로 생각해 봤을 때 여행을 갈만한 체력을 된다고 생각하니까 저에게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니고는 여행을 다녀오시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그리고 차트에 꼭 써 놓죠. 어디어디 여행 다녀오실 예정이라고. 그리고 다음 외래 때 다시 여쭈어 봅니다. 여행 어떠셨냐고.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한결같이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너무 좋았다고 말씀하십니다. 가기 전에는 여러 모로 망설여 지는 게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