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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엄마의 임종준비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대기실 풍경은 생각보다 다이나믹하다. 아직 내가 암환자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받아들이기 싫어서, 아직 세상을 똑바로 응시할 자신이 없어서, 아무하고도 말 안하고 조용히 대기하다가 나만 만나서 진료받고 돌아가는 환자도 있고 몇년 치료받으면서 겪을거 다겪고 마음고생도 다 하고 그래서 힘들어 하는 후배 환자들을 만나면 이것저것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환자도 있고 치료 주기가 맞아서 자주 만나다보니 비슷한 형편과 비슷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끼리 친해져서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만나고 서로 연락도 하며 지내는 환자 그룹도 있다. 그렇게 친해진 환자들은누가 열나서 입원하면 문병도 가고좋다는 거 있으면 나눠 먹고누가 우울해 하면 같이 만나서 수다도 떨어주며 동맹관계를 유지한다. 의사의..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을 만나보세요

지난 10월 10일, 보건복지부는 말기암환자 전문 의료서비스 정착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완화의료팀 (Palliative Care Team, PCT) 제도를 도입한다.의료기관이 일정 요건의 완화의료팀을 등록,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 (완화의료팀이란 호스피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우리병원처럼-에서 말기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해당 과가 협진을 내면 완화의료팀이 환자를 면담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입원이나 외래 모두 가능하고 협진의 형태이기 때문에 주치의는 바뀌지 않는다.) 2.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를 도입한다. 완화의료 전문기간과 연계한 가정호스피스..

1주일에 42 METs 이상의 운동, 쉽지 않을 거 같네요!

외래 진료시간에 환자들이 하는 가장 흔한 질문이‘뭘 먹으면 좋을까요?’가 아닐까 싶다. 환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암 치료 과정.치료방침이야 의사가 정하는 것이니환자인 자신은 그저 의사가 시키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 그러므로 환자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 음식,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만으로는 암 예방과 치료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무엇을 먹을것인가’의 문제는‘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이 되어 있다.일상적인 식생활을 ‘건강식단’으로 바꾸는 것은근본적인 삶의 철학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일이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식단을 건강식단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

언제까지 소견서를 쓸 것인가

나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일지도 모른다. 과도한 의료비용의 증가를 우려하면서도 고비용의 표적치료제를 보험으로 환자에게 쓸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제한된 돈과 자원문제라고 한다면 우리의 비용지출구조를 다시 점검해 볼 필요는 없는 것일까? 꼭 모든 암환자에게 5% 본인부담금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매우 낮은, 각종 암의 0기 환자들도 다 5%만 낸다. 그래서 건강검진차원에서 PET-CT를 찍고, 머리가 아프면 MRI를 찍는다. 몇만원 안드니까. 진료실에 있다보면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를 자주 경험한다. 또 다른 재원 조달 구조는 없는 것일까? 예를 들면 HER2 양성 유방암은 그 자체가 공격적인 성격이 강해 빨리 재발하고 HER2 경로를 차단하는 표적치료제..

CPR video

오늘은 3개월에 한번씩 있는 임상암학회 분기집담회가 있는 날이었다. 오늘 논의된 세가지 주제 중 한가지가 암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 (Advanced Directives) 를 논의, 결정하는 것을 다루고 있었다. 교과서/이론적으로는4기 암(전이성/재발성)을 진단받는 순간, 의사는 환자와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해 논의하라고 되어 있다. 즉 의사는 암의 진행으로 인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그런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입실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어떠한지, 만약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벤트로 인해 자신이 의학적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내 뜻을 대신하여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미리 환자의 의견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나의 현실에서는 이를 실천하기 어렵다.환자에게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하지..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나요

명함을 드렸던 내 마음 75세 이상 연세가 많으신데 항암치료를 꼭 해야 하는 분들신장기능이나 심장기능이 좋지 않아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질 수 있는 분들평소 만성질환으로 전신상태가 좋지 않고 병세가 위중하신 분들그런 분들께 명함을 드려 왔다. 암 치료의 긴 여정에는 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병이 나빠지면서 그러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애를 써서 위기상황을 극복하면 또 소중한 삶의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나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 회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었다. 그런 내 욕심에 명함을 드렸다. 환자들은 자기 주치의 명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얻는 것 같았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모르겠을 때, 그 누군가에게, 특히 ..

애꿎은 눈물 한방울

이런 식으로 하는거대학병원 횡포 아니야? 환자 드나드는 틈에진료실 문이 열리니 밖에서 소리치는게 들립니다.목소리를 듣자 하니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제가 진료하는 환자의 남편인 것 같습니다. 그는 내 앞에서는 별로 싫은 소리 안하시고늘 네네 하십니다.예의를 갖추고 저를 대해주시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진료실 밖에 나가면 외래 대기실이나 간호사들이 앉아 근무하는 스테이션 앞에 와서는큰 소리도 많이 치고 간호사들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하시는 분이었습니다.알고 보면 제가 약처방을 빼먹거나 진단서 요청을 받아놓고도 미쳐 작성하지 못해번거로운 일들이 생긴 것인데, 정작 저에게는 아무 말씀 못하시고 애꿎은 간호사에게 역정을 냅니다. 환자들은 마음 속으로 의사에게 불만이 많아도 정작..

명절동안 열이 나면

명절 때 열 나고 아프면외래가 열리지 않으니 응급실로 오셔야 합니다. 명절 때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명절 음식 주의해서 드세요.기름기 많은 전 같은 걸 많이 드시면소화도 잘 안되고설사할 수도 있습니다.송편도 꼭꼭 씹어서 잘 드셔야지, 안 그러면 체할 수 있어요. 조심하셔요. 항암치료를 한 후 10-14일 사이가 걸려있는 분들은백혈구 수치가 낮아서 열이 나기 쉬우니 감기걸리지 않게, 설사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만약 열이 나면 일단 타이레놀같은 약을 한번 정도 드시고 열이 떨어지는지 관찰해 보시고다시 열이 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열이 반복적으로 나게 되면 병원에 와서 피검사를 하고 항생제를 처방받아 드시거나증상이 심하면 입원해서 항생제 주사를 맞으시는게 필요합니다.수목금은 외래가 열리지 않으니 응급실..

사실 '쿨'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내과 의사이면서도암 환자가 아니면이제 왠만한 진료에 자신이 없어진 거 같습니다. 똑같이 허리가 아프다고 해도암환자의 요통에 접근하는 나의 자세와암이 없는 환자의 요통에 접근하는 나의 자세는 다릅니다. 암환자를 대할 때는 기본적으로 그에게는 '암'이 있다는 사실이내 마음가짐을 다르게 합니다. 저는 대부분 외래 전날 다음 날 오는 환자들의 상태를 리뷰하기 때문에사진을 미리 다 보고 들어갑니다. 공식 판독이 나와있는 경우도 있고당일날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판독과는 무관하게 제가 직접 사진을 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많기 때문입니다. 환자 이름이나 얼굴만 봐서는 그가 누군지 모르겠는데CT를 보면 비로소 그가 누군지 알겠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사진을 미리 보고 뭔가 결정을 내려놓고 외래를 들어가지만막상 외래 시..

10월 백신접종을 해야 하는 환자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요즘 감기환자, 환절기 알레르기 환자가 많네요.저도 알레르기가 심하기 때문에 재채기, 콧물, 눈물을 호소하는 환자를 보면한번에 알아차립니다.제가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약을 처방해 드리곤 하는데다들 대 만족입니다. ^^알레르기 내과 선생님이 저에게 해주신 처방을 제가 해드리는 셈입니다. ^^또 제가 각종 알레르기 증상을 겪어봤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약을 먹어보고 뿌려봐서 잘 아는 편입니다. 돌아오는 10월은 본격적인 백신의 계절입니다. 전이성 암환자는 폐렴 백신과 독감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 두가지를 맞아야 합니다. 폐렴 백신은 5년에 한번 맞으면 됩니다.지난 2년 동안 저에게 치료를 받으셨던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재작년, 작년동안 거의 폐렴 백신을 맞으셨을 가능성이 높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