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인턴일기

응급실의 잠 못 이루는 밤

슬기엄마 2011. 2. 27. 21:19

응급실의 잠 못 이루는 밤

 

몇 년 전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협심증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는 55세 남자. Regular follow up이나 medication없고, 술 담배가 왜 위험한지 별다른 설명을 들어본 적 없다. 30분 이상 가슴이 답답하고 이따금 숨쉬는 것까지도 힘들 정도로 chest pain develop되었는데도 이틀 이상 병원에 오지 않은 채, 속이 안 좋은 것 같다며 약국에서 무슨 약인지를 사먹다가 새벽에 chest pain이 심해져 응급실 내원.

Hypertension, TIA Hx
가 있는 할머니.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오른쪽 상지와 하지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같이 사는 자식들에게 말도 안 하고 며칠을 지내다 갑자기 dysarthria가 생기고 mental status drowsy해져 응급실 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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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lying chronic disease
를 갖고 있는 환자는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가운데 life-threatening한 증상이 무엇이며, 언제 속히 병원에 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의료인의 education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자신의 몸과 건강, 질병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을 학습해야 한다는의료소비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도 방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환자들을 sustainable하게 관리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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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 병동에서 환자를 보다 내려온 레지던트의 빨간 눈과 술에 취해 싸우다 유리병에 손이 찔려 온 환자의 빨간 눈이 서로를 노려본다. 응급실에 제대로 된 의사는 없냐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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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가량 face laceration이 되어 내원한 1살된 아이. 엄마는 왜 내 아이부터 빨리 봐주지 않느냐며 5분에 한번씩 station을 찾아와 항의하고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는다. 레지던트에게는 진료 받지 않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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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 gastritis
를 앓고 있는 젊은 여성이 1주일 이상 epigastric pain이 있었으나 참기만 하다가 한밤중에 배를 움켜쥐고 응급실에 왔다. Surgical abdomen은 아님을 확인한 후, 응급실에 앉을 자리조차 없는 상황이니 인근 작은 병원에 가서 hydration, h2 blocker 주사 등 conservative care를 받으라고 하자 진료거부라며 난리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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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
이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응급실에서의 진료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들은의료소비자로서의권리를 앞세우며 응급실의 밤을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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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으로 일하다보면 의외의 것들을 배운다. 병원이라는 일종의 소우주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절차를 통해 일이 진행되는지를 알게 된다. 응급의학과 인턴으로 일하면서 진료 과정의 다양한 지식과 술기도 배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의료시스템 하에서 응급실이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 rapport가 형성될 시공간이 확보되지 못하는 응급실 상황에서 의사-환자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고 있는지, 진료 지원 부서와의 갈등은 어떤 것들이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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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 아비규환, 아수라장 속에서도 나의 impression에 어디가 오류가 있었는지, 정확한 P/E을 하는 요령이 무엇인지, 경우에 따라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를 가르쳐주는 레지던트 선생님들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