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112

그만하면 살만한 거에요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가 끝나고 방사선치료도 끝난 지 2년이 넘었다. 지금은 항호르몬제를 드시면서 6개월에 한번씩 정기 검진만 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사실 그녀는 이제 종양내과 환자가 아니다. 그녀는 오른쪽 폐 아래 쪽에 기관지 확장증이 있다.그래서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이 찾아 오면 가래에 피도 섞여 나오고 숨이 차고 호흡이 편치 않다.처음 그녀의 가슴 엑스레이를 보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정상 폐사진과 비교해서 보면 상당히 나쁘다. 빨리 CT라도 찍어서 속 안을 좀 들여다 봐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드는 사진이다. 그녀는 유방암 치료를 다 마치고 저 멀리 남쪽, 당신 고향으로 내려가셨는데별로 심각하지 않은 증상이 생겨도 환자는 항상 화들짝 놀라하며 서울행이다. 그 먼 곳에서 걸핏하면 응급실..

암생존자의 후기합병증 관리

암 생존자의 후기 합병증 관리 2012년 12월에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0년 현재 한국의 암생존자가 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암 생존자 그룹이 증가하고 이들의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암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암 치료 중 발생한 부작용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을 장기적 합병증(long term effects) 이라고 한다면, 치료 기간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치료가 끝난 후 새롭게 발생한 증상을 후기 합병증 (late effects)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1) 후기 합병증은 암 치료를 위해 받았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수술 등과 관련하여 사람마다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체적 심리적 합병증도 다르게 표현된다. 암 ..

환자를 볼 때는 촉이 살아있어야 한다. 객관적인 근거와 검사 결과를 잘 유추하여 결론을 내리고 치료방향을 정할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도 뭔가 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단 이틀만에 환자가 중환자실에 갔다. 웬만한 폐렴도 하루 2번 엑스레이를 찍을 필요가 없다. 심지어 매일 찍는 것 조차 오바다. 웬만한 폐렴에서 CT를 찍는 것은 더욱 심한 오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어제 밤, 오늘 아침, 오늘 오후 연달아 엑스레이를 찍었다. CT도 찍었다. 환자는 정작 호흡기 증상을 별로 호소하지 않는다. 임상적으로는 안정적이다. 그런데 산소포화도를 체크해보니 90% 밖에 안된다. 산소 6 liter를 하고도 산소포화도는 오르지 않는다. 별로 힘들지 않다며 어리둥절해 하는 환자를 중환자실로 보냈다. 그리..

좋은 소식 전하기

미리 외래를 준비하면서 내일 환자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지 알게 됩니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명절인데도 슬픈 마음, 우울한 마음으로 검사 결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도 있습니다. 결과가 나쁘지 않으면 연락을 드립니다. 걱정말고 명절 잘 보내시라고.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없는게 저의 운명이니 그렇게 누구에게만 미리 연락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의사로서 일관성이 없으니까요. 저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전할 때가 더 많습니다. 나쁜 소식을 미리 전화해서 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좋은 소식은 미리 알려주고 싶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거죠. 사람 마음이 인지상정이라 연락을 드렸습니다. 티끌같은 작은 사람 마음 그 한점을 얻지 못하면 세상 그 무엇이 의미있겠습니까. 시스..

치료를 마친 이들의 후기 합병증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일단 검사를 하면서 경과관찰을 하는 환자들, 혹은 5년간의 추적관찰을 마치고 암환자를 딱지를 떼어버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cancer survivor 라고 한다. 우리 말로 하자면 '암 생존자'인데, 아무리 봐도 별로다. 적당한 개념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블로그에서 제안을 해주신 분도 있었지만 그 또한 아직 내 마음에 꼭 와닿지는 않는다. 죄송해요!) 어떤 정의에 의하면 요즘에는 4기 암환자라 하더라도 예후가 좋고 생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들도 survivor 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도 그 멤버로 광범하게 포함시키는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림암센터가 주관이 되어 암 생존자를 위한 가이드북을 만드는데 그 집필진의 일원이 되어 치료를 마친 후..

림프 부종 관리 잘 하세요

유방암 환자들은 유방 수술을 할 때 대개 겨드랑이 림프절을 제거하는 수술을 동시에 합니다. 유방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제일 먼저 전이되는 곳이 겨드랑이 림프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유방도 제거하고 겨드랑이 림프절도 왕창 제거하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병의 입장에서 보면 림프절을 싹싹 긁어내서 몽땅 제거하는 것이 완치를 위해서 좋은 것처럼 생각되지만 삶의 질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겨드랑이 림프절을 많이 제거하고 나면 정상적인 림프액 순환에 문제가 생겨서 수술 후에도 팔이 붓고 혈액 순환이 안되는 림프 부종이 생깁니다. 또 겨드랑이 림프절 제거 후 그곳에 방사선 치료를 더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료적 면에서는 방사선치료가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의 위험을 올리는 것도 사실입니..

정기 검사를 한다는 것

검사를 한다는 것 상피내암 (유방암 0기) 재발 거의 안함 (이론적으로는 안하게 되어 있으나 실재로는 재발을 함. 확률은 매우 낮음). 수술 후 5년째까지 6개월에 한번씩 검사. 0기지만 유방수술은 대부분 전절제술을 함. 0기인데 전절제술을 하니 환자들이 깜짝 놀람.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 항호르몬제 5년간 복용. 0기에서는 HER2 양성이라도 허셉틴을 쓰지 않음 조기 유방암 병기(1,2,3기)와 유형(호르몬 양성, HER2 양성, 삼중음성) 에 따라 재발율과 예후가 다름. 경우에 따라 3개월, 대개는 6개월에 한번씩 검사, 5년 지나도 10년까지 1년에 한번씩 검사.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호르몬 양성 그룹은 10년 지나도 재발할 수 있음. 삼중음성그룹은 치료 후 2-3년이 지나면 거의 재발하지 안음. ..

환자로부터 온 따뜻한 메시지 한편

오늘 같은 날 난로불 같이 따뜻한 당신이 있어 세상은 행복합니다. 오늘 참 많이 춥죠? 추운 날씨지만 마음은 따뜻한 하루 보내시라고 커피 한 잔에 행복을 가득 담아 보내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아마 환자가 인터넷을 보다가 찾아낸 글귀인것 같다. 카톡으로 나에게 URL을 붙여서 메시지로 보내주셨다. 좋은 글귀가 있으니, 나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셨나 보다. 평범한 문구인데 마음이 따뜻해진다. 계획해도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게 우리의 운명. 아둥바둥 열심히 해도 무엇때문에 그리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목표가 확실하지 않다면 열심히 사는 바쁜 생활을 무의미하다. 자전거 패달을 열심히 밟아도 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겠지. 더디더라도 지금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되돌..

남편도 받아보지 못한 선물

그녀가 나를 위해 호두를 볶아 왔다. 그녀의 남편이 물었다고 한다. 도대체 누굴 위해 그렇게 정성껏 호두를 볶는 거냐고.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그녀. 그녀가 나를 위해 호두를 볶아 왔다. 이렇게 예쁘게 포장을 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대학원 다니고 직장 생활하느라 한시도 쉴 틈이 없던 그녀, 요리라고는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부엌에서 음식하는게 어색한 그녀는 고작 이만큼의 호두를 볶느라 엄청 많은 호두를 태워먹었다고 한다. 이만큼도 겨우 건진거라며 그녀 특유의 눈웃음을 보낸다. 애교만점인 그녀의 눈웃음. 만화 캐릭터처럼 귀엽고 예쁜 그녀는 아주 초기 유방암인 줄 알았는데 수술을 하고보니 생각보다 병기가 높게 나와 8번의 항암치료를 받게 되었다. 나는 가능하면 ..

이런 죽음도...

나는 암환자를 진료하는 종양내과 의사지만, 매번 환자의 죽음은 낯설다. 가끔 어떤 이유로든 예전 내가 진료하던 환자들-지금은 돌아가신- 의 차트를 볼 일이 있는데 그 환자의 살아 생전, 그리고 돌아가시던 당시의 모습이 떠오른다. 돌아가시던 날 아침 회진 때 본 환자들의 얼굴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리고 그날 나의 기분도 떠오른다. 어떤 죽음도 매번 힘든 일이다. 오늘은 나에게 그런 기억도 채 없는 36세 젊은 환자가 오늘 아침 갑자기 사망하였다. 2기초 유방암. 4번의 항암치료. 나랑은 5번 만난게 전부다. 항암치료할 때 4번. 그리고 항암치료 후 첫 종합검사 시 이상없다는 검사 결과 알려준게 전부다. 그리고 그녀는 외과에서 추적관찰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녀는 항암치료 받은지 1년이 채 안되었다. 재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