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101

빙그레 웃음

가끔 유방암 클리닉 외래에서 웃음이 터집니다. 암치료 받으면서 웃을 일이 있냐구요? 그럼요. 삶은 순간이에요. 그 찰나가 즐겁고 웃음나는 순간은 얼마든지 있답니다. 원래 탁솔이나 탁소텔이 우울감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런 약을 맞으면 여기 저기 몸이 아프고 서너번 주사를 맞으면 몸이 붓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몸도 무거워요 그리고 항암제를 맞고 1주일 정도 지나면 무기력감도 생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울하기 쉽상이에요. 저 사실 외래 진료실 문 열고 들어오시는 순간, 느낄 수 있어요. '아, 우리 환자가 마음이 좀 힘드시구나. 우울감이 온 것 같다.' 그래도 '우울하세요?' 쉽게 묻지는 못합니다. 그건 왠지 환자의 프라이버시 같아서요. 그래도 제가 '우울하세요?' 이렇게 묻는다는 건, 제 ..

내가 잘 모르고 있던 것들

제가 얼마전에 소개해 드린 책,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다' 라는 책을 쓴 다비드 세르방 슈레베르 라는 의사가 이 책 쓰기 전에 쓴 '항암 (Anti Cancer)'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한글 제목을 너무 잘 못 지은것 같습니다. 내용상 암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의 일상적인 실천에 관한 내용입니다. 저자는 최초 뇌종양진단 후 15년째 이 책을 썼더군요. 그는 최초 뇌종양진단 후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를 받은 후 완치 판정을 받은 몇년 후 또다시 재발했고 또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를 마친 후 완치되었습니다. 그렇게 15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이 책을 썼습니다. 자신이 인지신경학을 전공하는 의사임과 동시에 암을 진단받고 재발했으며 또 다시 재발할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

변화는 사람으로부터

치과 선생님과 함께 지난주에 우리병원 치과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주로 우리 환자 치과 진료를 의뢰드리는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은 치과 환자 중에 유방암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은데 유방암은 전이가 되어도 다른 암보다 생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치료기간도 길고 그러다보니 항암치료 기간 중에 치과 시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도 많아서 늘 고민이라고 하셨어요. 시술을 해야 하는데 이 환자가 그 정도의 치과 치료를 견딜 전신 상태가 되는지 항암제 독성이 해결되는 기간을 고려한다면 언제 치과 시술을 하는게 좋은지 지금 치과 시술이 급한지 항암치료가 급한지 그런 걸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치과 시술과 치료에 대해서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치과 선생님이 권하시는 그 치료를 지금 당장 꼭 해야 하는건지..

약에 예민하시군요

약에 예민하시군요 이렇게 말하면 살짝 화를 내는 환자들이 있다. 내가 예민하다구요? 저 원래 안 그런 사람인데… 약에 예민하다는 것은 사실 의학적인 표현은 아니다. 내가 환자에게 약에 예민하다고 말을 할 때는 그 환자가 정서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약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약을 분해하는 효소가 작용하게 되는데 사람마다 그 과정에 차이가 있어서 같은 약을 써도 누구는 잘 대사되지 않고 몸에 오래 남아 독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누구는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멀쩡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독성이 효과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그 약에 대해서 나는 그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내가 예민하다고 말할 ..

항암치료 중 고지혈증 관리

항암치료 중 고지혈증 관리 고지혈증은 체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혈중에 많이 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개 살이 찌거나 대사증후군에 걸리면 고지혈증이 발견됩니다 (드물게는 아주 마른 사람이나 오래 굶은 사람에서도 보상성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고지혈증은 영어로 hyperlipidemia 입니다. 즉 혈중에 지질 성분이 많다는 것이죠. 혈중 지질 성분 중 우리가 가장 흔하게 체크하는 성분은 콜레스테롤입니다. 가끔 금식 상태에서 혈액 검사를 하여 중성지방, 그리고 LDL (Low density lipoprotein), HDL (High density lipoprotein) 이런 성분을 체크하는 정밀 검사를 해보기도 합니다. 고지혈증은 대사증후군과 밀접하게..

항암치료 중 혈압 관리

항암치료 중 혈압 관리 사실 항암치료를 받는 것과 혈압을 관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혈압은 혈압조절의 원칙대로 잘 관리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항암치료 때문에 부수적인 약이 많아지니까 혈압약 드시는 걸 부담스러워 하실지 모르겠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양악을 계속 먹으면 않좋다는 인식을 갖고 계셔서 혈압이 정상화되면 혈압약을 자체적으로 중단하고 안 드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혈압약 몇 일 안먹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현상이 없습니다. 몸도 불편하지 않구요. 혈압이 좀 올라가 있다 하더라도 몸으로 느껴지는게 없거든요. 그래서 환자 스스로 결정하여 자체적으로 복용을 중단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것 같습니다. 물론 일부 환자에서는 혈압약을 중단해도 혈압이 낮게 잘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대다..

항암치료 중 혈당 관리

항암치료 중 혈당 관리 항암치료 중에는 사실 혈당 관리가 잘 안됩니다. 항구토제로 많이 쓰는 스테로이드가 혈당을 올립니다. 그럴 때는 먹는 당뇨약으로 조절이 잘 안되서 인슐린을 쓰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당뇨전 단계에 있었던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서 당뇨를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원래 당뇨가 없었는데 항암치료 때문에 당뇨가 생겼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마도 당뇨 전단계 상태에 있다가 당뇨로 진행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래서 부부싸움하고 나면 혈당이 300 이상에서 더 이상 안 떨어지는 경우도 있죠) 암을 진단받는다는 것, 항암치료를 한다는 것, 또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견뎌야 하는 것..

항암치료 전 치과 진료

항암치료 전 치과치료 항암치료를 받을 예정이라면 그 전에 자신에게 치과 진료가 필요한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 보세요. 우리 구강 내에서는 정상적으로 균이 많습니다. 우리와 함께 사는 균들이에요. 그런데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성이 평소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균들에게 우리가 밀립니다. 그래서 구강 내 점막에 구내염도 잘 생기고, 평소 잇몸이 약했던 분들은 잇몸 질환도 재발하고, 살짝 충치가 있었던 분들은 충치 때문에 열도 나고 그럴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항암치료 기간이면 누구나 가글을 열심히 하시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하루에 4-6회 정도의 가글을 꼬박꼬박 챙겨서 한다는 것은 보통 열심한 노력이 아니면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가글 자체에 구역감을 느끼는 사람도 ..

너무 몰두하지 맙시다

몰두하는 삶 그러나 외래 오는 날이 비슷한 환자들끼리 친해집니다. 유방암 클리닉에 와서 저를 처음 만나시는 분들은 대부분 항암치료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병원이 너무 두렵고 항암제도 너무 무섭고 의사도 간호사도 너무 낯설어서 입을 꼭 다물고 마음의 문을 꼭 걸어 잠근 채 긴장된 마음으로 외래에 오시지만 시간이 흐르고 큰 일없이 치료가 진행되면서 같은 날 외래를 보는 환자들끼리 진료를 기다리면서 말문을 틉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병기도 알게 되고 서로의 치료 진행 상황도 알게 되면서 서로의 병에 대해, 서로의 형편에 공감하게 되면서 친해집니다. 그래서 많은 정보를 공유합니다. 누가 치료 중 갑작스럽게 입원이라도 하게 될라치면 외래에 왔다가 입원한 동료를 찾아 위로방문도 하고 기도도 해주고 그렇게 치..

우울증 자가진단

어떤 상황에서 이런 증상이 초래될까요? 거의 모든 활동에서 흥미 저하 체중감소 또는 증가 불편 또는 수면과다 정신운동성 초조 또는 지체 피로 또는 에너지 상실 사고 능력 또는 집중력의 저하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자살시도, 계획 바로 우울증이래요. 오늘 저녁에 집담회가 있어서 넋놓코 무심결에 강의를 듣는데 음, 이거 내 얘기 하는거 아닌가?. 마지막 항목 빼고는 다 해당되네! 하면서 듣고 있었어요. 이런 증상은 우울증에 해당하는 증상이래요. ㅜㅜ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은 다른 건데 살다보면 기분이 나쁘고 슬픈 상태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감정인데 우울한 기분은 다시 회복되어 정상 범위 안의 무드로 돌아올 수 있는 것에 비해 우울증은 저절로 정상범위 내로 회복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원래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