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101

환자가 나를 위로한다

그녀는 현재 한국에 살지 않고 중국에서 살고 있다. 본인이 꼭 중국에서 해야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항암치료를 받던지 한국에서 항암치료를 받던지 한군데서 하는게 좋겠다고, 힘들어서 어떻게 왔다갔다 하겠냐고 했지만 그녀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한국 왔다갔다 돈도 많이 들고 힘도 많이 들텐데,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니 나로서도 어쩔 수 없이 치료 스케줄을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똑똑하고 딱부러지는 그녀. 난 그녀의 언변과 이성적인 논리를 이길 수 없었다. 환자는 난소암으로 항암치료 중이다. 지난번 임상 연구약으로 항암치료 했을 때는 별로 효과가 없었는데, 이번에 약을 바꾼 후 간에서 보이던 작은 종양들이 일단 눈에 안보이게 되었고 종양수치도 정상 범위로 떨어졌다. 항암치료 3-4번..

Proton Pump Inhibitor 에 대한 단상

속쓰릴 때 쓸 수 있는 여러가지 소화기 약제 중에 Proton Pump Inhibitor (PPI, 프로톤펌프 억제제) 라는 약이 있습니다. 이 약은 위점막 세포표면에 위치하여 위산 방출을 조절하는 프로톤펌프라는 기관의 역할을 억제하는 기능을 합니다. 주사약과 먹는약이 있는데 속이 너무 쓰릴 때 PPI를 주사약으로 쓰면 아주 빠른 시간에 속쓰림 증상이 좋아지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아주 놀라운 효과였습니다. PPI는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에 매우 효과적인 약제입니다. 다만 이 약제를 보험으로 쓰기 위해서는 내시경으로 특정 질환(위궤양, 십이지장궤쟝, 위식도역류질환 등)이 입증이 되어야 합니다. 내시경 소견은 없으나 임상증상이 유사하면 원래 용량의 반 용량을 제한적인 짧은 기간 내에 쓸..

From San Antonio (1)

아무도 말하지 못했던 혹은 말하지 않는 예전에 비해 많이 개방적인 분위기가 되었다고 하나 환자들과의 만남에서 성의 문제는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거나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아직까지의 솔직한 수준입니다. 저도 구차하지만 핑계를 대자면 의사인 제 머리 속은 이미 결정해야 할 다른 주제들로 가득 차 있고 안그래도 시간 없는데 환자들 성에 대한 문제까지 내가 굳이 얘기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고 --> 사실 이게 제일 큽니다. 이런 문제를 일반 진료시간 내에 상의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괜히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정답도 없는 문제를 들쑤시기만 할 것 같아 피하고 싶고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고 딱히 내가 대안을 제안할 수도 없고 우리 병원에서 이런 성문제를 전담하여 진료하는 전문 선생님이..

그녀의 해피콜

그녀는 일을 하다가 짬이 나면 그동안 일하면서 메모해 둔 환자 정보를 점검하면서 해피콜을 한다. 주로 환자에게. 그리고 가끔 나에게. 차트를 보다가 환자가 응급실을 다녀간게 확인되면 이제 괜찮으신지, 추가 외래 진료를 볼 필요는 없는지 상황을 점검해 준다. 조직검사를 하고 간 환자에게는 검사 후 합병증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여쭤본다. 내 진료를 보다가 울고 간 환자, 기분이 언잖아했던 환자들에게도 다시 한번 전화하여 이제 괜찮으신지 안부를 챙긴다. 내가 메일로 문의했던 사항은 진행된 상황, 알아본 결과를 정리해서 메일로 보고해 준다. 우리 환자가 다른 과에서 추가 검사를 한게 발견되면 나에게도 미리 알려준다. 알고 계시라고. 진료볼 때 참고하시라고. 외래 일정에 변경이 생겼을 때, 내가 외래 준비를 하면..

처방 오류

그래서는 안 될 일이지만, 처방오류가 종종 발생합니다. 항암제의 경우 저희 암병원 항암제 약무국에서 오류의 심각도에 따라 처방오류 발생율을 조사하여 6개월이나 1년에 한번씩 종양내과와 간담회를 갖고 처방오류의 실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오류의 빈도와 종류를 분석하고 오류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또 그 노력의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도 보여줍니다. 물론 매일 외래에서 제가 항암제를 처방하면 항암제 조제실이나 약무국에서 내 처방의 오류를 미리 점검하고, 뭔가 의심되는 사항이 있을 경우 진료실로 전화하여 처방사항을 직접 확인하여 사고와 오류를 미연에 방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몇 번을 거르고 확인하여 오류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처방을 낼 때 잘 내야 하는 것일텐데요 처방이라..

Party 가 열립니다

11월 24일 토요일 오전 11시 - 12시 세브란스병원 3층 로비 '찾아가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가 열립니다. 뮤지컬 공연을 해주시는 분들은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아닌 직장인, 학생 등이 모여 만든 아마추어 동아리 '레씽 뮤지컬' 이라는 동호회 회원들이십니다. 동호회 멤버 중 한분이 5일간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겨서 치료를 받으셨는데 병원 생활을 해보니 입원한 환자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대요 특히 장기 입원하신 분들을 보며 그들을 위해 희망의 노래를 불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상한 프로그램이 일명 '찾아가는 갈라 콘서트' 입니다. 우리나라 아마추어 뮤지컬 동아리 중에 가장 잘 나가는 동호회라고 해요. 극장을 빌려 콘서트도 하시고 활동이 왕성하신 분들입..

Family meeting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기로 한 분입니다. 작년에 신장암으로 수술을 하였고 간내 담석이 있어서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큰 고비를 여러번 넘기셔서 그런지 항암치료를 설명하는데도 환자 표정이 담담하십니다. 남편 환자의 언니 시집간 딸 그리고 그녀의 돍을 갓 넘긴것 같은 아들 늦둥이 중학생 아들 환자와 함께 모두 모였습니다. 내가 설명을 하는 내내 갓난쟁이가 까르륵 까르륵 계속 크게 웃어대는 바람에 나는 설명하는 내 목소리를 더 높여야 했습니다. 딸은 아이를 얼르고 달래며 내 주위를 왔다갔다 하면서 설명을 듣습니다. 미안하다면서 자기가 놓친 부분의 설명을 다시 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블로그에 들어와서 정보를 얻고 질문을 하는 건 중학생 아들이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번..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백신 접종과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많아 공지합니다! 원칙 1. 1. 인플루엔자 백신은 매년 10월 - 11월에 1회 접종합니다. 이건 매년하는 겁니다. 2. 폐렴구균백신 23개 폐렴사슬알균 백신을 접종하고, 전이성유방암 환자의 경우 5년 후 재접종 합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올해 한번만 하시면 됩니다. 수술 후 1년 허셉틴 맞는 분들 중 작년에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한 환자는 올해 안해도 되고, 작년에 안한 분들은 올해 하세요. 3. 비장절제술을 받은 경우 B형 헤모필루스 백신을 같이 접종하세요. 원칙 2. 첫 항암치료 시작 2주 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암치료 전에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경우, 항암치료 종결 3개월 후에 접종하시면 됩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 인플루엔자 백..

백팔배

요즘 매일 백팔배를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매트를 깔고 그녀에게 절하는 동작을 배워 봅니다. 꼭 무릎에 방석을 대고 해야된다는 팁도 얻었습니다. 안그러면 무릎이 까져서 두달동안 백팔배를 다시 시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대요. 백팔배 동작은 의외로 정성어린 스트레칭 동작입니다. 제가 취미삼아 등산을 다니고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근육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쓰고 있는 근육이 많았나 봅니다. 팔을 쭉쭉 뻗어 합장을 하고 90도로 엎드리고 절을 하면서 깊은 등근육이 자극되는지 몸 곳곳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어설 때가 제일 문제인데 온전히 자기 하지의 다리 힘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이게 아마도 이 백팔배에서 큰 고비가 되는 동작인것 같습니다. 삶의 어려운 시기, 그 굴곡을 넘어가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병원에서만 콕 처박혀 지내다가 오랫만에 시내 구경 나갔습니다. 종로2가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2가 사거리에 가면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지오다노 매장 바로 옆 건물입니다. 심심할 때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곳입니다. 01 02 03 04 05 책값이 정가의 반도 안됩니다. 좋은 책을 고르려는 열기로 분위기 후끈! 추억의 슈퍼닥터K. 자리잡고 1권 다시 읽습니다. 의사가 되고나서 다시 보니, 뻥이 너무 심하네요. 그래도 여전히 멋져요. K군 집에서 놀고 있는 중고책 팔려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중고책 매입 기준이 있는거 같습니다. 방금 막 팔고간 CD들이라고 하니 왠지 괜찮을게 있을거 같아서 눈빠지게 CD 제목을 확인해봅니다. 예정에 없던 CD도 충동구매로 세 장을 샀어요. 3장에 15000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