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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딩을 자녀로 두신 부모님들께

독서권장중딩을 자녀로 두신 부모님들께슬기는 본시 logic을 중시하고 고딩 초반까지는 수학과학을 잘 해서 이과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이과를 가야 앞으로 먹고 사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부모의 욕심도 작용했을 것입니다.)그런데 막상 고딩 생활을 해보니 logic 보다는 inspiration 을 필요로 하는 국어 영어를 훨씬 잘 하고 또 잘 하니까 좋아하고 그러더군요. 반면 비슷한 노력을 했는데도 수학 과학은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이과 고딩 생활 내내 맘이 힘들었나 봅니다.국어 영어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동네 학원만 다니고 그나마도 고3 초반에 학원을 그만뒀습니다. 점수가 잘 나오니 더 다닐 필요가 없고 수학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죠.제가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아 보니 이구동성으로 해..

Genomic studies in NSCLC

Lung TRACERx 는 TRAcking non-small cell lung Cancer Evolution through therapy (Rx) 의 약자로 영국의 Cancer Research UK 가 최초 진단이 stage 1-3A 인 NSCLC 환자 842명을 등록할 것을 목표로 하여, multi-region, longitudinal 하게 종양 조직을 모아 sequencing 함으로써 NSCLC 의 genomic landscape을 밝히고 치료 과정 중에 종양의 clonal heterogeneity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규명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4년간 등록하고 환자당 5년의 follow up 을 하는 것을 목표로 2013년 6월에 시작되었다. 2016년 AACR 둘째날 plenary 로 이 주..

마음 가득한 만족감이란

Satisfaction 지난 2년동안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나에게 Business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Oncology knowledge를 바탕으로 하여 이를 business 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도 2015년 하반기에 감이 온 것 같다. (조직에 적응을 하고 감을 잡으려면 최소한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때가 병원으로 치면 1년차 후반쯤 되는 시기인것 같다.) 회사는 연구를 하는 곳이 아니라 business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research 의 방향이 매우 확실하고 회사의 need에 따라 특정 분야에 drive 를 걸기도 한다. 내 머리가 똑똑하고 여부와 무관하게 oncology 연구 동향 또한 빨리 catch up ..

Dr. Holmes

Dr. Holmes 소설과 영화를 통해 홈즈처럼 재창조되는 인물이 또 있을까. 이 영화는 셜록 홈즈가 마지막 미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은퇴하여 런던의 베이커가를 떠난 후 시골에서 30년간 은둔하며 꿀벌을 돌보며 사는 아흔 노인의 생활을 조망하고 있다. 영화는 90대 노인이 된 홈즈와 60대의 홈즈를 교차한다.90대 노인이 홈즈는 자신의 마지막 사건이 미제로 남은 것에 대해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 보는 시도를 하지만 정작 영화는 미제사건을 추리하는 것 보다는괴팍한 노인 홈즈가자신을 돌봐주는 housekeeper 의 아들과교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 또한 다소 지루한데 그 이유는 늙은 홈즈가 예전 사건을 떠 올리다가,책을 읽다가, 벌을..

A walk in the wood

A walk in the wood 늙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아팔래치안 트레일을 걷는 영화. 트레일을 걷는 것이 영화 거리가 되겠냐 싶겠지만 하이킹은 은근 재미있는 소재거리다. 평생 하이킹을 해 본 적 없는 주인공이 정년을 넘긴 노인으로 살던 어느 날, 2000천 마일이 넘는 트레일을 걷기로 결심한다.동기는 그리 명확하게 묘사되지 않고 있다.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들 모두가 건강을 위해 뭘 먹어야 하네, 심장병 약을 늘려야 하네, 누구 장례식에 가봐야 하네 그런 생활에 침잠되어 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들의 걱정과 반대를 물리치고 그 길을 함께 할 오래된 친구를 찾아 70이 다 된 노인 둘이 하이킹을 떠난다.한 명은 학자로 성공한 노후, 작가로서 안정된 생활, 그리고 스위트 홈을 두고, 한 명은 엉망진..

영어 울렁증

외국으로 출장을 가면 현지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TV로 CNN 이나 BBC 등 영어 뉴스 프로그램을 본다.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드라마는 정신을 집중해야 이해가 되기 때문에짧은 뉴스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영어, 중동 영어, 유럽 영어 등을 듣는다. 알고 보면 지구상에 미국 영어나 영국 영어를 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알고 보면 나는 한국말이랑 영어밖에 할 줄 모른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배우고대학원 다닐 때는 일본어로 책을 읽을 정도는 되었건만 지금의 나는 모든 언어 지식이 휘발되고 그저 콩글리쉬로 서바이벌하고 있는 셈이다. (빈약하여라 나의 언어 생활이여!) 지난번 인도 출장 때 3일간 종일 인도 영어를 들으며 생활하는 동안 울렁증이 극대화 되었는데 그때 한번 호된 경험을 하고 나니이제..

슬기가 살려준 나의 블로그

슬기가 살려준 나의 블로그 이 블로그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자기 마음 속에만 담아두면 좋을 얘기를 굳이 블로그에 올려 누군가에게 괜히 꼬투리잡힐 일 만들수 있다는 엄마의 말씀이 맞았다.100명이 내 글을 읽는다면 95명이 나의 생각에 동의해 준다 하더라도 내 글을 읽고 심기가 불편한 5명은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 엄마 비판의 요지였다. 그러나 병원에서 환자를 보던 시절 나는 환자 한명 한명을 진료할 때마다 환자의 병 이면에 존재하는 그 사람의 삶을 느낄 수가 있었다.사소한 듯 그의 한두마디를 통해,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을 통해,나는 삶을, 세상을 상상하고 배울 수 있었다. 환자와의 만남은 내 존재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외래를 마치고 나면내 가슴은 뭔..

슬기와의 저녁 식사

엄마가 소개해 준 곳으로슬기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가격은 꽤 비쌌지만 자식한테 뭘 사줄 때는 그런 걸 안 따지게 된다. 주문을 하고하릴없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기분이다. 잘 컸다. 흐뭇하다. 슬기가 태어나던 해 나는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슬기 세살 때 의대에 편입을 했으니 어렸을 적 재롱피우고 이쁜 짓 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슬기는 엄마가 다 키워주셨다. 애가 제대로 잘 크고 있는지 어쩐지 챙길 겨를도 없이 나 살기 바빴다.시험기간이 언제인지 소풍은 갔다 왔는지 성적은 어떤지 그런 건 신경도 안썼다. 의대 동기들보다 한참 나이를 더 먹은 나는 내 신상 하나 유지하는 것에 급급했다. 의대를 다니던 때부터1주일간 연속되는 분..

각종 검사에도 진단이 안될 때가 있다

엄마는 심하지 않은 척추측만증이 있었다.허리는 남들보다 그렇게 심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디스크가 튀어 나와있었다. 약 먹으면 괜찮고 무리하면 다시 아프고 그런 정도. 척추관 협착증도 있었다. 아직 수술 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허리아프다고 말할 때 흔히 발생하는 구조적인 이상이 다 있었지만 나이에 비해 그 자체 상태가 아주 심하지는 않았다. 오른쪽 고관절은 선천적인 구조 기형으로 다리뼈와 골반뼈의 아귀가 딱 들어맞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것은 유전이 되는 것이라 내 고관절도 그런 구조이고 내 동생도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이 병은 평생 사는만큼 살다가 닳고 닳아 관절면과 뼈가 잘 맞지 않으면 결국 고관절 치환술을 해야 하는 병이다. 엄마는 10년전에 수술을 받았고 작년 12월에 닳아진 관절면을..

환자의 가족이 되어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고누구나 환자의 가족이 될 수 있다. 내가 만난 수많은 환자들은 나에게는 그저 비슷한 진단명을 가진 한명의 환자에 불과했지만그들 가족의 소중한 그 누구였다.물론 나는 그런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사실 가족의 애타는 심정을 내 마음에 담아두고 환자를 진료하는 않았다. 첫째, 그렇게 환자를 보면 너무 지치고 힘들다. 그래서 의사생활 오래 못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는 의사가 자신을 그렇게 가까운 피붙이처럼 진료해 주기를 바란다.)둘째, 가족을 진료한다해도 그렇게 애타는 심정을 갖지 않는다. (정식으로 가운입고 병원에서 진료를 하면, 가족이라 해도 그렇게 감정이입을 잘 안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핑게를 대면서 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 나의 진심이 필요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