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1주일에 42 METs 이상의 운동, 쉽지 않을 거 같네요!

슬기엄마 2013. 10. 9. 22:34



외래 진료시간에

환자들이 하는 가장 흔한 질문이

뭘 먹으면 좋을까요?’가 아닐까 싶다.

 

환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암 치료 과정.

치료방침이야 의사가 정하는 것이니

환자인 자신은 그저 의사가 시키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 

그러므로 환자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 음식,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만으로는

암 예방과 치료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을 먹을것인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이 되어 있다.

일상적인 식생활을 건강식단으로 바꾸는 것은

근본적인 삶의 철학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일이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식단을 건강식단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3년을 주기로 유행을 타는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건강보조식품의 가격은 한달에 수십만원에서부터 수백만원에 이르기까지 매우 비싸다.

병원 치료비, 항암제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임상영양학에 아는 바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남들이 다 괜찮다는 건강보조식품을 사먹는 것보다는

신체적 활동이나 운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편이다.

 

“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and Prevention” 이라는 저널의 2013 10월호에는

폐경기 후 유방암 발생과 신체적 활동, 앉아서 지내는 일상생활의 관계를 역학적으로 연구한 논문이 실렸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73,615 명의 폐경기 여성이 미국암학회에서 주관하는 암예방 및 영양코호트에 참여하였고

그 중 4,760명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하였다.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특성을 비교해보니

일주일에 42 METs 이상의 신체활동을 한 경우, 7 METs 미만의 신체활동을 한 사람에 비해 유방암 발생확률이 25% 가 낮았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참고로 MET Metabolic Equivalent Task 의 약자인데, 1 MET 란 휴식시 소모되는 에너지라고 정의된다. 그러므로 서있는 것과 같은 가벼운 활동은 한시간에 1.3 METs,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은 1.8 METs, 한시간에 2-3km 정도를 걷는 가벼운 산책은 2.0 METs, 한시간에 7.5km 이상을 걷는 것을 4.0 METs, 천천히 수영하는 것을 4.5 METs 라고 예를 들 수 있겠다

일주일에 42 METs 정도의 신체활동을 하려면 하루에 6 METs 이상이니, 상당히 열심히 운동을 해야 6 METs 를 충족할 수 있을 것 같다.)


47%의 여성이 자신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걷기라고 응답하였는데, 이중 일주일에 3시간 미만으로 걷는 사람보다 7시간 이상 걷는 사람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14% 정도 낮게 보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호르몬수용체, 비만도, 체중증가, 호르몬제 복용 등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또한 앉아서 지내는 생활 습관은 특별히 유방암 발생 빈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즉 자신의 생활 조건이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해도 신체적 활동의 강도와 시간을 늘림으로써 유방암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다고 이해가 된다.

 

어떤 운동이 좋으냐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신체적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스트레칭하고

유방암 환자들은 대개 치료과정에서 여성 호르몬이 억제되기 때문에 폐경기 증상을 경험하고 관절이 뻣뻣해지기 마련이다. 항상 몸이 무겁다. 그러므로 꼼꼼히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컨디션 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심장박동수를 120% 정도 증가시키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에 따라 신체적 조건이 다른데 

이에 따른 맞춤 운동요법 같은 것을 제공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우리병원에서 웰니스 클리닉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추천을 해도 환자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운동이라는 것이 마음 먹은대로 부지런히 실천할 수 있는게 아니다보니

몇 차례의 운동 지도보다는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 프로그램이 병용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아직까지 환자들은 먹는 것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지만

운동과 신체적 활동 증진을 위한 교육과 실천에 돈을 지불하겠다는 의향이 별로 없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어떤 연구에서도

운동은 좋은 결과를 낸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겠지만

특정한 약제의 효과보다는

요가, 에어로빅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5회 이상

한번에 1.5 시간 이상을

1년간 실천할 수만 있다면

우울증, 갱년기 증상, 암치료의 후유증, 각종 통증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햇살 좋고 바람 좋은 가을,

나도 그동안 게을러진 안산오르기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산행을 실천한 나에게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