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큰 박수를 드립니다

슬기엄마 2013. 5. 28. 18:56


오늘 근사한 졸업식을 해드렸어야 했는데...



진단받고

수술받고

항암치료하고

방사선치료하고

그렇게 치료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5년이 넘었다. 


다른 암 같으면 치료 후 5년이 지난 경우 사망율이 일반 사람들의 사망율과 같다고 하여 5년까지 암이 재발을 안하면 '완치'되었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5년을 무사히 넘기신 환자들이 오늘 외래에 많았다.


유방암은 

전체적으로는

치료 후 2-3년을 기점으로 하여 재발의 폭풍이 몰아친다. 

그리고 5년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그리고는 대개는 잠잠해지지만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환자들은 

전체적으로 예후가 좋으면서도 아주 뒤늦게도 재발할 수 있어 경계심을 완전히 늦출 수 없다.

삼중음성유방암은 3년을 넘어가면 잘 재발하지 않는다.

HER2 양성 유방암도 초반을 잘 넘기면 재발하지 않지만 HER2가 양성이면서도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이면 뭔가 복잡해진다. 아직 어떤 수용체가 재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지 잘 모르는 형편이다.


유방암은 병기라는 기본적인 조건 이외에도 수용체의 존재 및 발현 정도의 차이가 예후의 차이를 설명한다. 같은 유방암이지만 생물학적으로 크게 대별되는 그룹이다.


그래도 

어쨋든 

5년을 무사히 넘겼으니 일단 졸업장을 받으실 만하다. 


HER2 양성 환자들에게 수술 후 허셉틴이 보험이 안되던 2007년 무렵, 허셉틴과 타이커브를 수술 후 단독 혹은 병용치료했을 때 재발 및 생존율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는 임상연구 ALTTO 스터디가 시작되었고 당시 스터디 초반에 참여했던 환자들이 이제 치료 후 5년이 지난 시점에 이르렀다. 그래서 비슷하게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비슷하게 검사하며 지내던 참여자들이 오늘 대거 졸업을 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는 한 명의 임상연구간호사가 일관되게 추적관찰의 과정을 챙기기 때문에 비슷하게 치료받고 비슷하게 검사하고 비슷하게 추적관찰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간에 안면이 있으시다. 그간 재발하여 다시 치료의 길로 돌아선 사람들도 꽤 있지만, 이들은 같은 길을 잘 걸어오셨고 오늘 같이 졸업을 하게 되었다.


이 연구가 HER2 양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모두 HER2 양성이지만 

이 중에 누군가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고, 누군가는 호르몬 수용체 음성일 것이다. 

그런 생물학적 차이가 이후 이들의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고 있다. 


아휴,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검사결과 들을 때는 너무 떨려요.

도망치는 방을 나가는 사람.


첨에 진단받았을 때는 

제가 앞으로 사람 구실 하고 살려나 싶었어요.

나보다 훨씬 혈색이 좋은 사람


5년이 지났으니 이제 1년에 한번씩 검사하고 경과관찰 하기로 하였다. 모두들 처음 진단받을 때 만큼은 아니어도 얼굴이 상기되고 가슴이 두근두근 하다고 한다. 


이렇게 점점 병원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이들을 위해 survival kit 를 만들어 선물로 주고 싶다.


멋진 명품 손가방에

명상 CD, 

운동체조 CD,

영양가 높고 살 안 찌는 영양 식단

우울하고 쓸쓸해 질 때 자기의 마음을 기록하는 다이어리

후기 합병증과 2차 암 예방을 위한 병원 스케줄 점검 수첩


이런 toolkit 과

그동안 치료받고 검사하며 마음 졸이느라 수고가 많았다는 주치의 마음을 담은 카드를 적어 

줄업식 선물로 선물하고 싶다. 


마냥 기뻐하기만 해도 부족한 날에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 아직 불안함이 남아있기도 하다.


정말 괜찮은걸까?


그렇게 마음이 약해질 때 

이 손가방을 열어 요술램피 지니를 불러내듯

하나하나 아이템을 펼쳐보면서 

건강한 생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챙기기 위해 스스로 애 쓰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지도 다지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항목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그런 선물을 드리고 싶다.   



Empowering 이란 스스로 해야 하는 거지만 그래도 조력자가 필요하다.

이제 당분간 병원을 떠나는 그들이 훌륭한 survivor 로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마음과 성의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손가방 선물이 아니라 

Cancer survivor 를 위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Sequencing 의 시대에 

Survivorship, supportive care 에 대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