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사실 병원에 와서 잘 쉬었어요

슬기엄마 2013. 4. 23. 15:32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고 1년간 허셉틴을 맞는 그녀.

이제 두번만 더 맞으면 허셉틴 치료가 끝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얼마 안남았네요.

많이 힘들고 지겨우셨을텐데 잘 견디셨어요.


사실 허셉틴 맞는 동안은 별 고생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허셉틴 맞으러 오는 날이 제 휴가죠.

전날 밤에 애기 친정에 맡겨 버리고

병원 오는 날은 늦잠자고 병원에 와서 쉬다 가는 기분이에요.


그랬군요.ㅎㅎ 


왼쪽 어깨는 좀 어떠세요?

제가 재활치료를 좀 받으라고 했는데 다니셨나요?


애기랑 병원 다니는게 더 전쟁이에요. 

애기 데리고 병원 가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냥 제가 팔을 막 돌리면서 혼자 운동했어요.

그랬더니 좀 나은거 같아요. 



어린 아들이 있는 그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치료받으면서 그만두었다.

자기 공부, 자기 직장일만 하던 그녀가 

애기 보고

집안 살림하고

음식 만들고

다 낯설고 서툰 일,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처음에 항암치료 할 때는 직장생활을 병행하였다. 힘들지만 직장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열심히 하였다. 그 모습도 용감하고 씩씩해서 좋아보였다.


허셉틴 1년을 맞는 기간은 오히려 치료가 더 쉬운데, 그때 그녀는 직장을 그만 두었다. 아이와 가족, 그리고 집안일에 신경을 쓰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다니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도 보기좋았다. 


약물의 부작용이 서서히 몸에서 빠져 나가고

가발을 벗고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이제 '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돌아오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우울감을 느끼고 힘들어하며 눈물을 보였다. 긴 치료 여정 중에 그런 시간도 찾아오는 법, 그 시간을 잘 견디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좋아보였다.


치료가 끝나가니, 그동안의 휴식시간이 끝나간다며 아쉬운 듯 농담을 건네는 그 여유도 좋아보인다. 


그녀는 처음에 아주 초기 유방암인줄 알고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결과가 병기가 높기 나와 

8번의 항암치료와 1년간의 허셉틴 치료를 받게 되었다. 

이럴 경우 대개는 심리적으로 너무 낙심을 하고 치료과정을 힘들게 받아들이는데

그녀는 그냥 매 순간 속상해도 받아들이고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일부러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원래 성품이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성품이 그리 유순한 편이 아니라

울고 불고 열받고 뒤집어지고 들었다 놨다 내 마음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인생은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법인데. 



환자를 보다 보면

천성과 성품이 병을 이기는데 젤로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은 아둥바둥 한다고 달라지는게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일까? 

그런 걸 알면서도 늘 아둥바둥 한다. 

천성이 여유롭지 못한 내 마음 때문이다. 


그렇게 매 순간 찾아오는 위기를 

착한 마음, 여유있는 성품으로 잘 견뎌내고 치료를 마치는 그녀에게 

이번에는 내가 땅콩이라도 선물해야 할 차례가 온거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