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삶은 측은지심으로

슬기엄마 2013. 4. 19. 04:56

유방암 클리닉 환자 중에

한달에 한번 혹은 두번씩 저 멀리 오지 마을을 방문하여

안과검사를 하고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찾아

수술지원을 연결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시는 분이 있다.

한국실명예방재단에서 하는 활동인데

우리 환자는 여기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계신다.

 

그녀는

수술한지 1년만에 폐전이를 진단받고

심각한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고생했지만

지금은 병이 잘 조절되고

2년을 넘겼다.

컨디션도 많이 좋아지셨다.

환자는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1박 2일로 봉사활동을 하고 오면

감기, 몸살, 요로감염이나 구내염 등이 재발하는 것 같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아직 면역체계는 정상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그녀는 굳세게,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입가가 부르터 오면 연고를 바르고

요로감염이 오면 나에게 미리 처방받은 항생제를 먹고

피곤하면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며 이겨내고 있다고 한다.

간호사였던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약과 용량, 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약을 지어주면 증상에 맞게 잘 알아서 드신다.

 

지난 주에는 횡성에 다녀오셨다.

 

힘들지 않으세요?

 

고기 많이 먹어서 괜찮아요. 횡성 유명하잖아요. 한우로. 호호호

 

이번에는 몇명이나 진료하셨어요?

 

하루에 210명 봤어요. 200명 넘어가니까 같이 간 안과선생님이 더 이상은 못 보겠다고 손사래를 치시는 바람에 그만 봤죠.

 

그렇게 진료하면 백내장 수술해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요?

 

40명 넘어요.

 

진짜요? 기준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는거 아니에요?

 

전혀 아니에요. 꼭 수술해야 하는 사람만 진단해서 수술할 수 있게 연결하는데 그 정도나 되는거에요.

선생님 몰라서 하는 말씀이지, 시골 사시는 노인네들 병원 안다니고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도 몰라요. 시력검사 한번도 안해본 사람들이 태반이에요. 나이먹어서 눈 나빠졌나보다 그렇게 살죠.

세상에 그렇게 안보이게 살아도 돋보기 갖고 있는 사람도 없어요.

재단에서 돋보기 돗수별로 많이 제작해서, 무료로 안경 나눠줘요.

돋보기 써보고 좋아하는 노인들 엄청 많아요.

 

그래요?

심각하네요...

 

그럼요. 나랑 나이도 비슷한 사람들이 그렇게 세상을 제대로 못 보고 어두컴컴하고 불편하게 지내면서 힘들게 사는거 보면 너무 안됬어요. 그런 사람들 무료로 백내장 수술할 수 있게 연결해 주면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몰라요. 그 맛에 제가 피곤하고 힘들어도 자원봉사 활동하러 다니는 거 같아요.

 

나랑 같은 인간인데 시골살고 돈없다고 그렇게 힘들게 사는 거 보면, 정말 안됬고, 나라도 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훌륭한 일을 하시네요.

한국실명예방재단, 좋은 일 하는 곳이군요.

 

그녀를 보면

가진 것이 많아서

건강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배운다.

 

그녀도

봉사라는 생각보다는

자기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고

다녀오면 마음이 뿌듯해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진료시간이 지연되어도

난 그녀가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온 다음이면

거기서 있었던 일을 묻는다.

 

그것이 내가 또한 세상을 배우는 통로가 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