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자식을 떠나보낸 그들에게

슬기엄마 2013. 3. 26. 18:21


환자가 돌아가신 후

몇일 시간이 지나

문자메시지나

메일을 보내시는 분들이 있다.


환자 상태가 안 좋으면 내 핸드폰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안 좋은 상태로 고생하다 돌아가시는 환자의 가족들은 

내 전화번호를 알고 계신다. 


아마도 

환자 물건 정리를 하다가

짐정리를 하다가 

내 생각이 나는가 보다.


40대 의사 아들을 먼저 보낸 어떤 어머니는 그러셨다.

투병기간이 길었던 그,

아들의 건강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눈 사람이 나였다고.

생의 마지막, 위험한 순간에 찾은 사람도 나였다고.

아들을 생각하면

꼭 내 생각이 같이 난다고 하셨다.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셨지만

나는 만나지 말자고 하였다.



오늘은 

몇일전 딸을 떠나 보낸 어떤 어머니가

그리고 어제 딸을 떠나 보낸 다른 어떤 아버지가 문자를 주셨다.

두 환자 다 내 또래였다.

그들의 부모는 내 부모 연배셨다. 

그들 부모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의사로서 정말 하기 싫은 말, 

'죄송합니다' 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통증을 잘 조절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 가는 길, 편안히 돌봐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 수 밖에 없게 되어 죄송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더 좋은 시간 가질 수 있게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은 

나의 잘못을 인정할 때 하는 말이라

의사로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다.

환자 형편이 안되기는 했어도 

그게 내 잘못 때문이 아니라 병이 그런 것을, 

그 시술이 그런 것을 

내가 사과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의사의 자존심을 걸고 '잘못'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그들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답신을 보냈다. 

이렇게 밖에 못 해드려서 죄송하다고.

너무 고생많이 하신거 죄송하다고.